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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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뿔 / 18세, 바다로 / 나카가미 겐지 소설

술과 재즈, 주체할 수 없는 성욕,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 그럼에서 오는 분노, 편협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사회 속으로의 동화가 두려워 자꾸만 뒤돌아 도망쳐버리고 싶어지는 젊음...

<18세, 바다로>는 처음 접해보는 작가인 '나카가미 겐지'의 단편집들인데 실제 그가 18살부터 23살까지 쓴 작품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슷한 느낌으로 전개되는 7편의 단편들은 어떤 작품이 더하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도 진한 젊음의 무기력함을 담아내고 있다.

나는 7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20대 때 보았던 영화 '청춘'이 떠올랐는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며 이제 갓 대학생들이 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자유와 방황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 속에서 순수함을 벗어버리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혼란과 정제될 수 없었던 내적 고통이란 감정이 비슷하게 전해졌던 것 같다.

혼돈과 방황, 어른의 타락에 발을 들이는 과정에서 맛보게 되는 짜릿함과 무기력함은 '젊음', '청춘'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일 텐데 <18세, 바다로>는 그런 젊음에 전후세대에 태어난 시대적 배경까지 합쳐져 더욱 진한 광기를 보여줬던 것 같다.

함께 멱을 감던 친구의 죽음, 배다른 이복형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자살해버린 이야기, 아픈 엄마 몰래 내연녀를 두고 있었던 아버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데모 때문에 학교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며 섹스에 몰입하는 주인공, 담배와 수면제, 진통제에 취해사는 젊은 친구와 여자친구의 동반자살, 합의되지 않은 첫 경험.

독자까지 무력감에 젖게 만드는 단편들의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한 이야기는 재즈와 약, 술, 성욕에 집착하는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쏟아낸다. 읽다 보면 전신에 무력감이 들어 도중에 책을 덮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이제 막 어른이 되었지만 방향을 찾지 못한 채 본능적인 것에만 몰두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록 전쟁 세대는 아니지만 전후 직후 태어나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 유년시절을 보내며 전쟁의 그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우울한 죽음과 수많은 피해를 양산하며 강간, 살인 등을 버젓이 자행했던 자신들의 역사를 그리스 신화와 바다에 분출하는 정액을 통해 사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란 생각으로 이어졌지만 너무 앞서갔다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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