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지치는 것도 큰일이지만 사람 관계에서 오는 힘듦은 혼자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달 방법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고 상대방의 싫은 점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혼자 지쳐 인간관계를 손절해버리고 내면으로 숨어버리는 등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수많은 것들 중 제일 힘든 건 역시 인간관계인 것 같다.
나 또한 인생을 살아가며 미숙한 대처법과 태도 때문에 오해도 많이 샀고 그로 인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손절을 당하기도 했으며 반대로 상대방의 태도 때문에 너무 지쳐 내가 손절해버리는 경우도 많았더랬다. 그렇게 뒤끝 있게 등 돌려버리면 다시는 만나지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인간사라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 의도치 않게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떠나서라도 누군가에게 손절을 당했든 내가 누군가를 손절해버렸든 간에 그 결말은 실로 오래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이미 지나간 것을 어찌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때 왜 그랬는지 차마 물어볼 용기와 왠지 나도 억울하다는 심정은 어긋난 관계를 풀기보다 시간만 보내며 찜찜한 여운을 남기기 일쑤인데 나는 내가 먼저 손절해버린 상대에 대해 그런 감정이 더 오랫동안 남아 늦었더라도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 그런 내용도 등장하기에 서로 간 감정 충돌로 등을 돌려버렸던 몇몇 상대에게 진심을 담아 건네보고 싶지 않지만 용기보다는 망설임이 아직은 더욱 큰 것 같다.
책 속에는 아버지의 폭력과 그것을 방관한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껴 가족에게 등을 돌려버린 이의 이야기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자신만 수시에 합격된 것을 시기해 등을 돌려버린 상처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이의 사연 등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어 그만큼 다양하고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
사연을 통해 왜 내가 배신감을 느끼는가, 왜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감정을 따라가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고 인간관계라는 큰 산이 너무도 두려워 오르지 못했다면 두려워하는 것을 역으로 생각해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오를 수 있도록 글로써 위안과 용기를 주며 오랫동안 밑바닥에 침전시켰던 나쁜 감정들을 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최근 가족 간 불화로 다시 한번 마음이 닫히는 일을 겪은 후라 박상미 박사님의 관계 연습에 관한 글들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고 같은 일들로 힘들 때마다 들춰보며 위안을 삼을 인생 책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