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
서석영 지음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풀과바람 / 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 / 서석영 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가 취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물건 던지는 소리, 고함을 지르며 엄마를 때리는 소리로 집안의 정적이 깨지고 자주 보는 광경임에도 동원이의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자주 반복되고 아버지의 술 주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엄마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가면서 동원이를 제대로 돌봐줄 여력이 없는 아버지 대신 홀로 사는 할아버지가 데리러 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는 말이 많진 않았지만 아버지처럼 술을 먹고 때리지도 않고 인자하셔서 동원이는 오히려 부모님과 살던 때보다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만 동원이가 다니는 학교에 일진으로 군림하는 호연이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호연이는 지체장애가 있는 한나의 팬티 속에 점심시간에 먹던 돈가스를 집어넣는가 하면 자신의 눈밖에 났다는 이유로 못된 장난을 치며 친구들을 괴롭히고 그것을 즐기기까지 한다. 중학생이 하는 짓거리치곤 유치하고 저급한 짓들만 골라 하는 호연이와 호연이를 떠받들며 무리에 끼고 싶어 하는 아이들, 그들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숨죽이는 아이들이 한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선과 공기를 마시며 달라지지 않는 하루하루를 반복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키도 크고 몸도 좋으며 얼굴까지 잘생긴 태진이란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고 전학과 동시에 빛나는 외모로 여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하지만 태진이는 호현이가 어찌해볼 수 없는 강적이었으니 호현이가 대책 없이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며 아이들을 괴롭혔다면 태진이는 교활하고 교묘한 수법을 쓰며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가 하면 선생님조차도 뭐라 할 수 없게 만드는 언변으로 단숨에 일인자였던 호현이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게 된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로 올라갈 날이 머지않은 어느 날 학교의 강자로 군림하던 태진이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가면서 동원이를 비롯해 호현이와 태진이의 눈치를 보던 아이들에게 평화가 찾아오고 그렇게 고등학교로 올라가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동원이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름이 바뀐 채 출현한 태진이를 보게 되는데....

<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는 도박이나 성범죄, 폭력 등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사람들 앞에서 천사인척하는 공인이나 주변에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다. 사람이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여론은 도박이나 마약, 학창 시절 친구들을 괴롭혔다는 제보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이 자숙이란 기간을 거쳐 다시금 TV에 얼굴을 비치는 일들을 겨냥하고 있다. 나조차도 그런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은 좋아하지도 않고 정해진 수순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금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는 걸 보고 있으면 화가 난 나머지 채널을 돌려버리곤 하는데 태진이처럼 학창 시절에 친구를 괴롭히거나 연예인 활동을 하며 멤버를 괴롭힌 일들이 조명되면서 책에 등장한 이야기들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자신의 나쁜 감정을 해갈하기 위해, 재미있다는 이유로, 친구들 앞에 쎄보이고 싶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들은 아이들의 세계에서나 어른들의 세계에서나 분명 없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존재하고 있다. 근절되지 않기에 더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런 실상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