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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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나인 / 술은 잘못이 없다 / 마치다 고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기로운 금주 생활'이라니!

이 강렬한 문장에 나는 단박에 사로잡혀버렸고 이보다 더 궁금할 수 없는 극한의 호기심으로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했던 '마치다 고',

그저 소설가로만 알고 펼친 도입부에 다방면으로 활약했던 그의 화려한 이력이 있어 내용을 읽기에 먼저 놀라게 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문인답지 않은 진중함보다는 생기발랄함이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했더랬다.

그러나 나의 이런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솔직히 반이 맞다고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문체를 자랑하고 있어 '으잉?? 이게 무슨 말이지?', '뭐라는 거야. 자꾸 궤변만 늘어놓고 있어!'라는 마음의 소리가 불쑥 튀어나오면서도 반면에 철학자의 심도 있는 성찰을 풀어놓은 글 같아 참으로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글이었으니 그가 주장하는 '금주'에 대한 철학적 사유, 일반적 관념을 넘어서 정치와 종교와 그 외 상상할 수도 없는 생각으로까지 확장된 이야기는 '술'에 대해 이토록 철학적이고 자기성찰적이며 집요한 글이 있을까 싶을 만큼 신랄하다.

어떻게 '술'이란 주제로 이렇게 다방면에 걸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까, '술'이란 주제를 어찌 이리도 철학적으로 접근했을까,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는 때로는 저자의 넋두리 같고 때로는 궤변 같기도 하며 그런 와중에도 찰나의 성찰이 돋보이는 진지함이 묻어나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30년 동안 술고래로 살았던 저자가 어느 날 술을 끊었다.

저자는 왜 금주를 시작했을까?

이 책은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술을 끊은 것도 아니며 종교적 이유로 끊은 것도 아니며 누군가의 회유 같은 이유는 더더욱 아니다. 사실 본인조차도 왜 술을 입에 대지 않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 알 수 없음에서 이 책은 내내 그것을 찾아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소설과 시,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디뎌가며 이유를 찾고 있다.

아니 그게 뭐라고?!!!!! 싶은데 이상하게 책을 중간에 덮을 수 없는 마력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책은 아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글이지만 독보적인 신선함을 선사할 수 있는 책이라는데는 자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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