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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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기획 / 조선경찰 / 허남오 지음

긴박한 상황에서 포도 대장은 죄인을 향해 이 한마디를 던진다.

"죄인 OOO는 오라를 받아라!"

무시무시해 보이는 표정과는 다르게 사극 속 포도 대장의 대사는 너무도 틀에 박혀 피식 웃음까지 자아낸다.

그 웃음만큼이나 부정부패로 인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포도청이라는 이미지는 사실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불러온다.

1920년에야 제복을 입고 칼을 찬 근대식 경찰인 파리 경찰청과 런던 경찰청의 역사보다 훨씬 이전 조선의 포도청은 1500년대에 설치되었다. 왕권을 떠받치는 임무와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찰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의 노고가 빛을 발하지 못할 소수 경찰의 비리 때문에 경찰들이 싸잡아 욕을 먹고 백성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모습은 오늘날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조선경찰>을 읽다 보면 몇백 년 전 출현한 경찰의 이미지가 오늘날 경찰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조선시대와 현재의 경찰을 비교함은 물론 왕권 강화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경찰의 제도적 실행과 그와 함께 제도적 허점까지 함께 엿볼 수 있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포도청은 왕권 강화를 위해 조선 중기 이후 상설된 기구로서 절대주의 군주 체제인 조선시대 최고 중앙행정기구인 의정부와 그 아래 국가행정을 분장했던 병조, 형조 등 6조를 두었고 왕명을 시달하는 승정원, 왕명에 따른 재판을 수행하는 의금부, 외교문서와 사조 등을 논하는 홍문관, 관리들을 감찰하고 풍속경찰의 일을 수행하는 사헌부와 왕명에 대해 논의하는 사간원, 그 외 한성부로 나뉜다.

의금부는 국청이나 양반이 주축이 되고 형조는 병조와 함께 상민재판소로 기능하였는데 조선시대 기구들의 정확한 역할분담에 대해 자세히 짚고 넘어갈 수 있어 기본적인 지식을 이해할 수 있어 꽤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 소방관서인 수성금화사나 삼림경찰인 4산참군, 물가단속 기관인 평시서, 드라마 허균을 봤다면 낯익게 다가올 조선의 보건소 활인서와 지방행정기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그와 함께 범죄를 단절하기 위해 시행되었던 5가작통법을 통해 범죄의 신고와 연대 처벌을 다룬 것을 볼 수 있었고 포도청의 역할인 절도나 강도, 살인 등의 범죄에 대한 처벌 법을 상세히 다룬 내용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물건을 훔치거나 양반에게 욕이나 위해를 가했을 때 처해지는 형벌의 수위도 함께 볼 수 있는데 장 60대에서 100대라는 형벌은 사극에서 자주 보았던 만큼 어마 무시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조선경찰>은 조선시대 포도청의 역할과 형벌에 대한 수위, 왕권 강화를 위해 탄생한 기구로서 기능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독자로서는 포도청이란 기구에 한정된 지식에 그치지 않고 포도청을 아우르는 조선시대 백성들의 생활상이나 왕권의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움을 주고 있다. 조선 3대 의적이라고 불리는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이미 사극의 주제로도 등장한 바 있어 낯설지 않은 이들의 이름은 그들이 활약했던 시대와 전해진 이야기들도 함께 등장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렇듯 조선시대 포도청의 역할은 구한말로 넘어오며 신경찰체제를 맞이하게 되는데 조선시대와 근현대사를 통해 경찰의 모습을 훑어볼 수 있다. 경찰이라는 직업의 탄생과 현재까지 이어내려온 직업에 대해 방대한 사료를 수집했을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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