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기를 앓듯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아무 일 없던 듯 일상생활을 재개할 수 있으리라 속 편한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흐르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고 준비하던 시험이 연기되면서 일 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일정이 속절없이 지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금껏 한 번도 닥쳐보지 못한 상황에 조금씩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재잘거리며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 12년간 달려온 날들을 푸릇한 캠퍼스에서의 자유로 보상받으리라 다짐하며 들떠있던 수험생들, 선생님들, 저마다의 직업과 위치에서 겪게 된 코로나19로 기존의 평범한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확진자의 숫자를 확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지역 감염 정보 알림과 피할 수 없는 외출에서 얼굴을 반이나 가려버린 마스크를 쓰고 상대방을 적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런 불편한 시간들은 갑작스럽게 겪게 된 상황이 무색할 만큼 무디게 다가오는 체감온도 속에서도 그저 제발 지나가기를, 얼른 지나가주기만을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마스크를 쓰며 귀 안쪽이 아프고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상황들에 어느덧 신체가 적응해간다는 게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애매하게 느껴지고 가까이 만났던 사람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만날 수 없다는 게, 벌써 몇 달이나 이렇게 지속된다는 게 생각할수록 놀랍고 허탈하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갑자기 닥친 팬데믹 코로나 시대에 13인의 작가들의 짧은 이야기를 실은 단편집으로 여행지에서, 평범했던 주부의 삶에서, 가장으로서의 삶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다가와 더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코로나로 인해 누군가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재택근무를 시작한 남편 때문에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이었던 아내의 시간이 속박되어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는가 하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수업 동영상 준비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금세 동이 나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을까 봐 밤잠까지 설치며 불안에 떠는 사람들, 맘 편히 떠난 여행지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공격당했던 이야기들은 이미 숱하게 접했던 이야기들이라 놀랍게 다가올 정도는 아니지만 13명의 작가들이 토해내는 이야기마다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라 공감과 함께 강한 연대감이 들며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보자는 묘한 의욕이 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웠던 건지, 매일매일 감사할 일들이 많았음에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오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