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래전 미처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나간 길에 읽을 것이 없어 재미 삼아 구입했던 책이 월간 샘터였는데 그 후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니 왠지 반가움과 정겨운 마음이 한꺼번에 느껴졌던 것 같다.

2020년 10월호 월간 샘터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 있을까?

얇고 가격이 저렴하여 그 안에 실린 정보까지 허술할 거라는 생각을 깡그리 뭉개주는 월간 샘터 10월호에는 다양한 사람들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정겹게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가 발라놓은 시멘트를 걷기 위해 19년 동안 해체보수 공사를 해야 했던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이달균 시인의 아련한 시와 아홉 살 때 시력을 잃었지만 25년 넘게 미국 월가에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증권 애널리스트인 신순규씨의 '나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일'은 사회적 이슈를 통해 나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일과 나를 염려해 주는 타인의 조언이 균형을 이뤄 다시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다.

6년간 프랑스 유학을 하며 조향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김태형 씨의 이야기는 우리의 기억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억들이 향기와 함께 소환되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후각에 관련된 다양한 기억들을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기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열두 남매의 남다른 우애를 소개한 글도 형제가 없는 나로서는 부러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이미 오래전 연락이 끊겨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를 친구가 자신도 어려운 처지였으면서 아버지 상을 당해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이야기는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내게는 그런 친구가 있나, 나는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친구인 존재인 걸까란 물음을 던져주었다.

그런가 하면 음식과 관련된 사연과 함께 돼지목살 보쌈과 배추 겉절이 레시피도 나오는데 함께 실린 사진에서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느껴져 괜스레 가슴이 저릿해져오기도 했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잊지 못할 음식의 기억과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어머니의 고생을 알아가며 음식에 대한 애정과 기억이 더 진해지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집안일이 주로 여자의 몫이란 것을 떠올려보면 여자들에겐 이보다 더 공감될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두께가 얄팍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네 어귀, 남녀노소 다양한 인생 이야기에 공감하고 가슴 짠하며 아릿해져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월간 샘터, 우리네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추억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