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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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김봄 에세이

보수세대 부모와 진보세대 자식 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담은 에세이가 또 있을까 싶어 시원했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부모, 자식 간에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이야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서 항상 정치를 화두를 삼는 부모님이 여당을 겨냥한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 자식들은 그냥저냥 흘려듣기 일쑤인데 그러다 끝내 부모님 말씀에 토를 달면 이때부턴 둘 중 누군가 급히 퇴장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야당만 옹호하는 어른들의 분위기와 지금껏 그렇게 당하고도 야당을 옹호하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세대의 섞일 수 없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 남의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예상이 들면서도 우리 부모님은 빨갱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고 타인 앞에서 속시원히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김봄 작가는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에세이에 담아냈다.

처음 이 책이 궁금했던 건 이낙연 의원을 밀착 취재했다는 글귀에 혹해서였는데 아마 지금껏 다가오는 선거철만 되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후보들의 책들만큼 식상함으로 장식했던 책이었다면 읽다가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상이 아무리 이낙연 의원이라고 해도 너무도 뻔한 전개였다면 그런 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 내려간 작가의 모든 책조차 읽고 싶지 않아졌을 텐데 김봄 작가는 이낙연 의원이 작가에게 했던 '페이소스'를 정말 충실히 이 책에 담아냈다. 왜 초장부터 이낙연 의원의 글들을 만날 수 없었던 건지 작가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간에 그럼으로 인해 정치인 찬양으로 도배된 어떠한 책들보다 더 뇌리에 각인되었던 것 같다.

전라도에 대한 반발감과 빨갱이, 좌파란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부모 세대는 나의 정치사상과는 평행선을 그으며 서로 공감 받을 수 없음을 명백히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며 그런 가족과 함께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생활 이야기가 너무도 사실적이라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시대가 다르기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정치 앞에서 '기성세대는 이래서 안 돼.', '젊은 세대는 이래서 안 돼.'라며 선을 긋기보다 이념은 달라도 그렇게 억척스러운 부모님의 고생이 있었기에 젊은 세대가 두발을 땅에 디딜 수 있는 있었음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임을 작가는 또한 함께 전하고 있다. 정치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통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나의 부모님이라는 메시지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런 그러안음을 모른척했었기에 선을 그어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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