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 인류의 역사를 이끈 50가지 식물 이야기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8월
평점 :

돌배나무 /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 스티븐 해리스 지음
대항해 시대를 열며 광기의 식민 열풍을 몰아온 후추 이야기는 식물이 인간의 욕망과 만났을 때 어떤 역사를 일으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 엄청난 금액을 조장했던 튤립이나 단일 종으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했던 감자 대기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사탕수수로 인해 악명 높은 아프리카 노예 무역과 인류가 정착할 수 있었던 보리 같은 곡물과 환각 증세를 느끼게 해 재배작물로 금지된 양귀비 등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힘없고 하찮아 보이는 식물이 인류에 끼친 영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과 달리 힘이 있어 인간에게 위협적이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오롯이 있기만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50여 가지의 식물 사례를 훑어보면 조용한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등장하는 식물들이 뿜어내는 포스는 그 무엇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쉽게 약을 구할 수 없었던 그 옛날 비슷해 보이는 수만 가지의 식물로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독이 없다는 것을 알아 식용으로 취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작은 식물이 화학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고 세계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토마토만 해도 제대로 먹을 줄 몰랐던 유럽인들 사이에서 악마의 열매라 불리며 등한시되어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재미있게 다가온다.
얼마 전 식물이 세계사에 관여한 또 다른 책을 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이 식물이 역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가에 대한 글이었다면 이 글은 잡지식을 포함해 식물에 효능이나 약효, 쓰임새 등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 식물도감 같은 인상도 풍긴다. 무료 50여가지나 되는 식물에 그림으로 식물에 대한 정보까지 그려져있어 열매는 알지만 원형의 모습은 알 수 없었던 식물들의 생김새까지 훑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