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푸릇한 청춘 소설일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피해나가는 신도 준조의 <보물섬 : 영웅들의 섬>은 제목만 보고 예상했던 이미지와 너무도 달랐기에 시작부터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소설에 나타난 일들이 소설 속의 일들만은 아니란 생각에 소설을 덮고 더욱 현타를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요시다 슈이치' 소설의 <분노>가 영화화되며 눈부신 에메랄드 빛 바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 오키나와이다.
일본에 속해있지만 열도와 멀리 떨어진 지리적 특성 때문에 홋카이도처럼 일본열도에 속하지 않고 배척당했던 역사를 지닌 곳이 바로 오키나와이며 무역 요충지로서 중요한 곳이었지만 열도로부터 끊임없는 견제와 조공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군의 군사 지배에 들어가며 대규모 군사시설이 들어서는 등 오키나와 주민들의 핍박은 계속 이어졌고 이것은 영화 속 미성년자로 등장한 여주인공이 미군에 의해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통해 오키나와 주민들의 불편한 현주소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비쳐 영화의 본질과는 다르게 꽤 착잡하게 다가왔었다. 아마도 그것과 다르지 않았을 수많은 모습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존재했었기에 더욱 감정이입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보물섬>에 등장하는 내용들이 이런 것들이기에 약자의 입장에서 더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강제로 삶의 터전을 비집고 들어온 미군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센카아기야 무리. 그중에서도 최고의 전과를 자랑하는 용감한 영웅 온짱,
센카아기야 무리에게 존경의 대상이었던 온짱은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며 미군을 물건을 훔쳤고 사건이 있었던 그날도 여느 때처럼 미군에 숨어들었던 온짱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날 밤 온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온짱으로 추정되는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아 온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를 찾는 세 친구의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아이들의 모험담은 점차 진실에 다가갈수록 국가가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보호받아 마땅할 권리가 처절하게 짓밟히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오는데 비슷한 환경에 비슷한 일들이 있었던 우리의 역사와 오버랩되어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인 배경으로 휴양지의 느낌이 강한 오키나와에 슬픈 역사와 사연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주 4.3 다크투어를 체험하며 쌍둥이 같은 아픔을 간직한 오키나와의 다크투어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컸던지라 신도 준조의 <보물섬>은 다른 소설과 달리 더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