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백천수 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0
손서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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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 착한 아이 백천수 씨 / 손서은 장편소설

착한 아이 백천수 씨는 성공한 여행사를 꾸려나가는 미숙 씨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가진 것 없이 배낭 하나로 시작했던 여행이 경험이 되어 혼자의 힘으로 여행사를 일으킨 그녀는 타인의 눈엔 성공한 여성, 쿨한 엄마의 이미지로 비치지만 아들에게 크게 느껴질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고민으로 보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뭐든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자신과 달리 소극적이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못한 아들 백천수의 존재는 때때로 아쉽게 다가왔고 그런 아쉬움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아프리카 체험 메일에 미숙은 천수를 아프리카 봉사 체험에 보내게 된다.

늘 부족한 것이 많은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천수는 엄마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아이들은 그런 천수를 마마보이라며 놀리기도 하지만 천수는 어릴 때부터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걸러내는 일에 달관했기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혐오 발언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다소 답답해 보일 만큼 느리긴 하지만 그만큼 신중함도 가지고 있지만 타인의 눈엔 그저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느림보 아이로 비칠 뿐이다.

해외 봉사단과 천수의 엄마 미숙 씨가 함께 조인하는 아프리카 봉사 체험 프로그램에 뽑힌 천수는 자신과 함께 뽑힌 승아와 함께 아프리카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착한 아이 백천수 씨>는 나이로비 근교의 한 펍에서 만취한 한국인 10대 두 명이 봉사활동 중 마사이 빌리지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한 후 차를 훔쳐 달아나던 중 경찰에게 붙잡히며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고 삽시간에 해외로 퍼지면서 국제사회로의 파장이 예상된다는 보도로 시작된다. 착한 아이 백천수 씨라는 제목만 보고 펼친다면 도입 부분부터 다소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는 뉴스 보도와 맞닥뜨리게 되어 과연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이들의 창의성이나 개인적 발달을 무시한 교육 현실과 아프리카 현지인들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관점이 아닌, 철저히 자본주의에 빠진 채 그들을 나의 관점에서 재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배고픔에 여행자들에게 사탕을 구걸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동의 없이 고달픈 현지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배려 없음, 영어와 봉사가 결합되었으나 무엇이 봉사인지 정작 의미를 알 수 없는 캠프에서 영어를 하나도 구사하지 못해 말하지 못하는 승아를 과학영재라고 달리 해석하는 천수의 생각 등은 재단화된 교육과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웃프게 다가온다.

그 외에도 성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했던 백해일 이야기와 어린아이만 보면 정신줄을 놓는 마거릿 여사 등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구나 싶은 사연들은 분명 착하다의 다양한 이미지와 이어져 있을 것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가지각색 성향들이 어떤 식으로 착함과 연결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이 소설의 최고 묘미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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