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인 시구르의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을 조금씩 개조하며 차고 위 심리상담소를 꾸린 사라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선 남편을 잠결에 보내고 일어나 세명의 환자를 맞이한다. 심리치료사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기보다 예약된 일정을 모두 끝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라의 일과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바 없이 다가온다.
심리치료 중 아이들에게 말리지 않으려는 사라의 심리는 치료를 받으려는 아이들만큼이나 불안정한 심리가 엿보여 초반부터 왠지 위태롭게 다가온다. 그런 상담 중 남편인 시구르가 약속 장소에서 친구들과 만났으며 함께 장난치는 듯한 음성메시지를 남겼고 그렇게 정해진 진료를 끝내고 사라는 드디어 모든 일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오던 중 시구르와 그날 만나기로 되어있던 얀 에리크로부터 시구르가 약속장소에 오지 않았고 저녁이 된 지금까지도 오고 있지 않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분명히 낮에 시구르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얀 에리크와 장난치는 듯한 음성 메시지를 남겼기에 사라는 얀 에리크 부부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얀 에리크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자 경찰서로 향하게 되지만 실종된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종신고를 할 수 없으며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답변을 듣는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뭔가가 어긋났던 아침. 그리고 그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사라는 남편이 벽걸이에 매일 걸어놓는 도면통을 왜 여행에 가지고 나갔는지, 자신이 잠들었을 때 남편이 나간것이 맞는지, 화가나서 지워버린 음성 메시지가 있기는 한건지...읽다보면 어느 순간 망상에 빠진게 아닌건가 싶을만큼 확신에 가까운 것들이 의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런 와중에 시구르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마구 엉긴 자신의 기억들을 하나씩 풀어갈수록 사라는 낯선 무언가를 감지하게 된다. 그것은 단지 낯선 것일까, 자신의 망상일까, 시구르는 왜 죽었을까? 죽긴 했던걸까?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라는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겨 덥석 물어버린 소설 <테라피스트>
심리학자지만 심리학자로서의 태도보다 일에 대한 귀찮음이 기저 곳곳에 깔려있어 철저히 가식적이기보다 인간적인 면을 한층 부각시킨 사라의 캐릭터는 그럼에도 의외의 예민함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데 남편인 시구르의 실종과 발견, 그 뒤를 이어 밝혀지는 진실들은 한쪽에 치우쳐 단정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