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황과 증거는 '가모우 미치루'를 지목하고 있었고 그녀가 벌였던 사기 행각으로 죽어간 피해자들의 원혼을 달래줄 수 있다는 자기만족감과 우월감 등이 감돌던 법정에서 반전을 선보이며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미치루가 더 교묘하고 강력한 악녀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비웃는 숙녀>가 초반부터 너무 센 이야기를 선보였기 때문인지 <다시 비웃는 숙녀>는 전작보다 왠지 잔잔한 느낌을 주며 시작한다. 다소 심심하다? 싶은 내용들을 하나하나 지나치며 결말에 다다르다 보면 이런 독자들의 반응을 마치 즐기고 있었다는 듯 작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빵 터트려준다. 전작에서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이번 작품에선 나름 각오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덮으며 '앗! 또 당했다'라는 생각에 멍하게 되었던 <다시 비웃는 숙녀>.
국민당 의원인 '야나이 고이치로'의 사실상 자금 역할을 하는 '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의 사무국장인 '후지사와 유미'는 박력 있고 카리스마 있는 야나이에게 반해 '여사추'의 사무국장 일에 열심이지만 최근 협회의 스캔들로 인해 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어 모금이 순조롭지 않다. 모금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유미는 야나이 사무실 비서인 사키타에게 독촉을 받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고 기부의 방식이 아닌 투자 방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려 야나이의 비서관 자리를 꿰찰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기세이다. 그리고 그런 유미의 곁에서 보조 일을 하던 아카리가 FX 투자 자문사인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하면서 악녀의 공격은 시작된다.
환율차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FX 노노미야 쿄코에게 돈을 맡겨 재미를 본 유미는 큰돈을 벌어 야나이 사무실에 입성하려는 욕망에 쿄코의 조언대로 야나이 사무실과 사채를 통해 큰돈을 빌려 쿄코에게 투자한다.
구색만 맞췄을 뿐 사기나 다름없는 쇼도관의 부관장인 '이노 덴젠'은 교활함의 극치인 관장 이나오를 파면시키고 관장 자리에 오르려는 야심이 있다. 이미 교단 확장을 위해 대출받은 투자금의 이자도 내기 버거운 상황은 이노가 이나오를 제치고 관장이 되기 위해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었으나 뭔가 큰 한방이 더해진다면 이노가 관장 자리에 오르는데 수월할 것 같은 상황에서 이나오의 시중을 들던 아카리의 소개로 자산운용가인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받게 된다. 그리고 이노는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신도에게 열 권씩 할당할 책을 만들어 수익을 거둔다는 의견에 동의해 큰돈을 대출받게 되는데....
아버지의 대를 이어 부동산 일을 하고 있는 '구라하시 효에'는 60이 넘은 인물로 현 야나이 의원의 선대인 고노스케 의원과의 친분이 계기가 되어 오랫동안 후원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박력 있고 카리스마 있었던 고노스케와 달리 아들 야나이는 구라하시의 성에 차지 않는 인물이었으니 속으로 자기가 더 정치를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입 밖에 내진 않는다. 그리고 이런 구라하시의 맘속을 꿰뚫어보는 듯한 구쓰미의 입에 발린 말에 넘어가 노노미야 쿄코를 만나게 되고 얼마 후 있을 도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한 정치자금에 쓰일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국회의원 비서직을 시작했던 '사키타 아야카'는 젊은 패기와 명석한 두뇌의 야나이 의원을 미래 총리로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해 비서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야나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보좌관인 아야카는 남자로서의 믿음과 사랑도 있었기에 유부남인 그가 호텔로 불러들였을 때도 거부하지 못했다. 그렇게 5년여 동안 야나이의 옆을 보좌하며 야나이 눈빛만 봐도 척 알 정도로 호흡이 맞춰줬지만 사랑 없이 제멋대로인 그의 행동은 아야카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오게 한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기다렸다는 듯이 여사추 일로 사무실을 방문하던 구쓰미가 아야카의 마음을 읽어내고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상담사인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받게 된다.
<다시 비웃는 숙녀>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야나이 고이치로'와 연결된다.
미치루에게 잔인하게 짓밟히며 죽어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과거 야나이가 저질렀던 사건에 미치루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란 궁금증을 더하는데 결말에 이르러서 그런 궁금증조차 미치루에게 너무 과한 호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작에선 등장인물들의 잔인한 죽음이 충격적이었다면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은 조금 시시할 정도이다. 항상 강렬함에 강렬함을 더하는 그의 소설에서 죽음을 왜이렇게 심플하게 담아냈을까 궁금했었는데 진짜는 역시 결말에 있었고 반전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미치루가 사건에 개입한 이유 또한 이것이 진정한 사이코패스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멍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 그렇다면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은 또 어떤 사기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 속 캐릭터가 미치루와 격돌하는 것을 예상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 건가 싶은 아쉬움에 다음 편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