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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토미가의 참극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0
아오이 유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시대성이 주는 고전미 때문에 의외로 풍부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먼저 만났던 추리소설이 여러 작가의 단편으로 꾸려졌었기에 이번 소설도 단편 모음집인 줄 알았으나 꽤 두꺼운 분량에도 한편의 추리소설이란 사실에 어떤 치밀함을 담아냈을지 궁금해졌다.
멋진 자연경치를 배경 삼아 지어진 시라나미소 여관,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비워진 방에 짐을 푼 난바는 이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혀 더 이상 조사가 필요치 않아 보이는 이 사건을 의뢰받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 위해 시라나미소 여관을 찾았다.
사건의 개요는 시라나미소 여관의 별실인 이곳에 묶었던 후나토미 류타로와 아내 유미코가 살해된 채 종업원에게 발견되었고 경동맥 과다출혈로 발견된 유미코와 달리 사체는 없지만 여관 근처에 있는 절벽 부근까지 이어진 핏자국으로 인해 경찰은 범인이 류타로를 죽이고 절벽으로 끌고 가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이날 후나토미 부부를 만나기 위해 들렀던 '다키자와 쓰네오'를 유력한 범인으로 보고 검거하였다.
그렇게 후나토미 부부 살인사건은 그들 부부의 딸과 결혼하여 후나토미가를 이을 예정이었으나 다키자와의 다혈질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류타로가 마음을 바꿔 다키자와의 친구인 스사에게 향하면서 이에 앙심을 품은 다키자와가 류타로와의 대화 중 이들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처음부터 여관으로 향하지 않고 산 정상에서 류타로를 만난 이유와 열차의 시간상 미묘한 알리바이가 걸림돌이 되어 수사는 골머리를 앓게 된다.
반면 다키자와는 류타로가 딸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여관으로 찾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조퇴하여 시라나미소 여관을 찾았다는 것과 그가 탄 열차, 그를 태운 택시 기사의 증언으로 밤에 술을 마시고 기억나지 않는 몇 시간 외엔 별다른 거짓 혐의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 경찰로선 모든 정황이 깨끗하게 이어지지 않아 고민스러운데 그러던 중 다키자와가 탔던 열차에 대한 시간 트릭을 풀면서 범인은 다키자와로 몰아간다.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과 경찰들이 풀어낸 트릭들을 난바와 스사가 처음부터 다시 밟아가며 사건을 조사해나가고 이 과정에서 경찰들이 보지 못한 것과 놓쳤던 미묘한 것들을 포착해나간다. 그리고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가정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어떻게 보면 뻔해 보이지만 고전 추리 소설의 영향인지 그것조차도 원시적인 색다름으로 다가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고전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며 출발한 1권부터 현대 추리소설에 젖어있던 독자들에겐 눈에 뻔히 보이는 트릭들에 뭔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역으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고전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오히려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이야기도 이미 예상했던 트릭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전에 계획된 것들을 실행해나가는 범인과 난바의 두뇌게임이 의외의 볼거리로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