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성명,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어야 할 명함에 QR 코드만 덩그러니 있다면?
뭔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이 들 것이다. 그리고 QR 코드로 접속해 과연 이 명함을 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렇게 경찰서에서 만난 보미에게 QR 코드만 덩그러니 있는 명함을 받은 기성우는 호기심에 접속해보지만 예상치 못한 게임 등장에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타난 전화번호를 통해 보미가 말한 복수전자와 연결이 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는 만큼 의뢰인을 향한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복수전자와 연결되는 시스템은 그들이 하는 일이 결코 합법적이 아니란 것을 알려준다.
경찰서에서 이미 유명 인사로 통하는 기성우는 국회의원이며 사학재단 이사장인 그의 아버지가 벌인 짓에 고통받는 사람들로부터 사죄하기 위해 일부러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부수고 깽판을 놓는 행동을 한다. 이에 신고가 들어가고 피해자와 피의자인 기성우가 경찰서에 들어오면 위협적이거나 감정적인 상황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마침 사건 현장에서 기성우가 하는 짓을 본 보미가 경찰에게 무조건 기성우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해도 어째 경찰서의 분위기는 부드럽기만 하다.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인상이 역력할 때 기성우측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제시한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보미는 경찰서를 나오는 길에 기성우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묻고 그런 보미의 물음에 그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한다. 이에 보미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복수전자 명함을 기성우에게 건네는데....
그렇게 해서 게임과 설문조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며 복수전자에 입성한 기성우는 자신 앞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조리 쓸어버리는 아버지 때문에 유일한 친구였던 현민과 멀어지고 학교 선생님이었던 현민의 아버지를 학교에서 내쫓은 일로 자신이 가출했었고 그렇게 가출한 자신을 현민과 현민의 아버지가 받아줬지만 그들이 다시금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는 것을 안 성우의 아버지는 현민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만다. 그저 물질적인 부족함 없이 자랐을 뿐 자신에게 그 어떤 애정도 주지 않던 아버지가 벌인 일로 인해 성우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살면서 나에게 억울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인간에게 복수하고 싶은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은데 만약 내가 느꼈던 그 감정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져 고통과 처참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그저 가볍게 복수하고 싶다는 충동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와 관련한 영화나 소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이 책 역시도 복수가 다는 아니라는 점을 집어준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상대방이 잘못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그것이 해결됐을 때 과연 그 사람이 죽으면 기쁘고 후련할 거란 예상에 기분 좋게 대답할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복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복수가 과연 답이 됐느냐란 대답엔 등장하는 인물들 이야기만큼이나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