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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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 적어도 두 번 / 김멜라 소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짤막한 줄거리가 던져주는 민감하고도 묵직한 주제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들었던 김멜라 소설 <적어도 두 번>은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그리고 7편이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이 참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라면 모두 다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의 한 부분이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변태나 성도착증 환자 또는 밝히는 사람으로 타인의 눈에 비치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기 꺼려 하는 인간의 심리가 담겨 있어 꽤나 애매한 부분이지만 김멜라 작가는 그런 애매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단편에 담아냈다. 그렇다고 선정적이냐고 묻는다면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가져질 호기심 이상의 야함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읽어놓고도 당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할 만큼 독특한 소설임엔 분명하다.

지위(자위), 클리토리우스 또는 콩알(클리토리스)을 통해 죄악이 아닌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이야기 한 <적어도 두 번>은 자신의 콩알 만지기를 좋아하는 여주인공이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콩알을 만지다 엄마에게 걸렸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엄마의 눈을 통해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되며 입 밖에 내서도 안된다는 걸 습득한 주인공은 왜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성장한 주인공은 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맹인 여학생 이테를 만나게 되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모든 감각들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그들과의 접촉을 색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테가 아팠던 어느 날 따끈한 국물을 싸 들고 이테 집을 찾아간 주인공은 이테가 국물을 옷에 흘리는 바람에 데인 곳에 찬물을 대주어야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옷이 젖어 새 옷으로 갈아입게 된다.

그만할 때 다들 궁금해하는 성호기심이 화두가 되었고 자신의 콩알을 본적도, 어떻게 콩알과 악수(자위) 하는지도 모를 이테에게 불현듯 동정심을 느낀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콩알과 악수하는 방법을 이테에게 알려준다. 그로 인해 이테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편지에 옮겨 적은 주인공은 왜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식이라 하마터면 공감하고 동의할 뻔하지만 순간 그 편지를 받아볼 대상인 남자가 유파고(선생님)란 사실에 지금까지 자신들의 성적 호기심을 채우며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그게 왜 상처가 될 일이냐며 오히려 따져 묻는 남자들의 심리를 비틀어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해석과 행동이 정작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음을, 무덤덤한 문체로 담아낸 단편들은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독창적이고 신선하며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담은 작가의 단편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을 어떻게 이렇게 담아냈을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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