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드디어 사달이 나고 말았다!
설마설마하며 애써 아니겠지 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중학교 입학식 날 점심을 먹고 부모님께 늦게까지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맡고 뭉친 현상과 건우, 정민과 재영은 PC방으로 향한다. 한참 신나게 게임에 몰두해 있는 건우에게 게임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한 아이가 다가온다. 자신과 똑같은 명랑 중학교 교복을 입고 이름이 이태양이라며 소개한 아이, 하지만 건우에게 그런 이름 따위 들릴 리 없었으니 태양이는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에서 엄청난 레벨을 자랑하는 고수였고 그날 PC방에 함께 간 아이들은 태양이의 무기 창고를 보고 부러움과 충격에 휩싸인다.
레벨 15를 자랑하는 태양이의 무기 창고를 본 건우는 입학 축하금이라며 할아버지가 주신 백만 원을 태양에게 건네 무기 강화를 부탁한다. 덩달아 옆에 있던 현상이가 합세해 거금을 받아버린 태양, 하지만 건우와 현상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레벨 10 무기 두 개를 결합해야 했는데 그야말로 아주아주 희박한 확률로 레벨업이 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되면 레벨 10 무기 두 개는 영영 없어져 버리고 말았으니 태양은 건우와 현상의 돈을 받고도 전전긍긍하면 강화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무기 강화를 미루던 태양은 건우와 현상에게 쪼일 대로 쪼여 마지막 필살기인 무기 결합에 들어가지만 암전이 된듯 레벨 10 무기 두 개가 없어져 버린 순간, 건우와 현상에게 돈을 건네받던 것을 보던 정민에게 그 장면을 딱 들켜버린다. 이제 사건을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이로 인해 평소 인도주의를 지향하던 현상이 급기야 태양이에게 주먹을 날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야기는 철없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극한의 레벨을 자랑하며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태양이 자영업을 하느라 새벽에 들어오는 부모님 없는 빈집에 들어가기 싫어 게임에 몰두했던 결과물이었으며 항상 자신 편에 서주지 않는 엄마에게 불만이 있었던 건우는 현상에게 자기편임을 습관처럼 확인해왔고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공부 강요만 하는 엄마와의 갈등을 현상은 만화방 주인아저씨에게 털어놓으며 각자의 무게로 끌어안은 고민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왜 부모님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아 답답해 정말 말이 안 통하네...' 분명 그 나이의 나도 같은 마음을 느꼈을 텐데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그때의 내 모습을 잊고 부모의 입장으로만 아이를 대한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부모라면 같은 생각을 해보리라 생각드는데 우스개소리처럼 사춘기라서 그런가 봐요~했던 이야기가 아이들한테는 얼마나 속 편하고 이해받지 못할 소리처럼 들렸을지 미안함이 들었다.
짧은 분량이지만 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 좋은 책인데 태양이가 레벨업할 때의 상황이 무기 결합 전에 기도로 시작하여 꽝이 나오면 나라를 잃은 것처럼 망연자실해하던 남편의 표정이 떠올라서 의외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