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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15
김동식 외 지음 / 블랙홀 / 2020년 7월
평점 :

청소년 문고 시리즈로 자주 보게 되는 블랙홀에서 무더운 여름에 걸맞은 미스터리 소설이 출간됐다.
SF, 미스터리, 공포, 좀비, 역사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함을 선보이는 다섯 작가들의 글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어 더욱 기대되었던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1920년에 문을 열어 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귀문 고등학교, 백년의 역사만큼이나 학교를 둘러싼 소문들도 넘쳐났으니 소문의 시초는 학교를 세운 김원창이란 분이 일본 놈들에게 고문을 당하다 죽게 되었고 이후 일본인들이 학교를 소유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교장이 하나 둘 죽어 나가게 되면서 진짜인지 이제는 알 수도 없는 괴담으로 넘쳐나기 시작한다.
그런 괴담들을 거치며 현대로 접어든 귀문 고등학교에 정적을 깨는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평소 기자가 꿈이라 학교 신문 동아리 리포터 활동을 하고 있는 민주가 이 사건을 조사하며 교장 선생님이 실제로 총을 가지고 있다 카더라는 이야길 듣게 되었고 그에 대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민주는 이 일이 학교폭력과 연관되었음을 알게 되는 김동식 작가의 <한 발의 총성>
비슷한 키에 같은 반인 해환과 애리는 금세 친해진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데 성적은 늘 1등인데다 예쁘기까지 한 애리는 신은 공평하다는 우스갯말에 부합하듯 조금은 이상한 느낌을 주는 아이다. 늘 해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환의 집에 찾아와 머물다 가는 애리에 대해 알고 싶어 가족이나 집이 어디냐는 해환의 물음에 애리는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했고 단짝이지만 해환은 애리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는 답답함이 조금씩 불만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일 년 내내 붙어 다니던 애리와 학년이 바뀌며 반도 바뀌게 된 해환은 같은 반 윤정이와 친해지며 애리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해환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애리는 해환에게 점점 더 집요해지고 해환은 그런 애리가 부담스러워 밀어내게 된다. 이야기는 몇 년이 지나 해환이 애리를 찾기 위해 애리가 이야기했던 곳들을 해환이 찾아다니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애리, 친한 사이임에도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아 거리감을 느꼈던 해환, 쌓이고 쌓인 오해가 불러온 학창 시절 친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 조영주 작가의 <사이코패스 애리>
그리고 청소년 소설에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엿볼 수 있었던 정명섭 작가의 <또 하나의 가족>은 사설탐정인 준혁과 그를 따라다니는 귀문 고등학교 학생 안상태가 학교 교사로부터 사건을 부탁받아 조사하는 내용으로 가정의 불화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 미성년자의 가출을 담고 있다. 뉴스에서 경악할만한 사건들을 접하며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가정환경과 가족이라는 말로 아이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가출팸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
<유괴의 날>로 찰진 이야기를 선보였던 정해연 작가의 <짝 없는 아이>는 육아휴직에 들어간 선생님을 대신해 임시직을 맡은 종혁이 1학년 4반 외떨어져있던 한 여학생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짝을 맞춰 앉아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혼자 구석에 외떨어져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아이, 걸걸해 보이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책상에 걸터 앉아 있는데도 무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본 종혁은 학창 시절 왕따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티나지 않게 그 여학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일관되게 아무런 표정이 없는 4반 담임선생님은 참견하지 말고 놔두라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데...
마지막으로 학생회장 후보 기호 3번의 실종을 그린 전건우 작가의 <기호 3번 실종 사건>은 공부도 잘하는 데다 잘생기고 인성도 좋은 이사장 아들 박현수와 후보에 나섰던 김미래가 연설과 투표가 시작되기 3시간 전에 실종됐고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부가 중심이 되어 사건 해결에 나서면서 학교의 부정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귀문 고등학교의 셜록 홈즈처럼 사건을 척척 잘도 해결하는 마정민 캐릭터는 익숙하지만 또 만나고 싶은 캐릭터라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마정민 캐릭터를 또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란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귀문 고등학교를 둘러싼 미스터리 사건 일지는 가족애와 우정, 성적과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소설 속 이야기로만 다가오진 않았다. 늘 어디선가 되풀이되고 그게 내가 될 수도 있을 만큼 학교와 가정이라는 갇힌 공간이 편안함과 안락함 대신 극한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설정은 그래서 어느 학교나 괴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