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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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자기 연민과 피해의식,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을 때 병이 찾아왔다.

남편과 자식이 있었지만 몸이 아프고 보니 다 부질없이 느껴졌고 이른 나이긴 했지만 그 정도면 됐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정작 원인 모를 병 때문에 여기저기 들쑤시는 검사는 무척이나 견디기 힘들었다. 창문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찬 기운을 느끼며 이런 나 자신이 참 어이없다고 느꼈었던 것 같다.

나름 꽤 심각했었던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밑바닥까지 찍고 있던 멘탈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정확한 병명도 몰라 주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뭐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억들이 혈액암 투병과 견줄 수는 없지만 그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너무도 잘 와닿아 읽은 글을 되돌아가 다시 읽곤 했던 것 같다.

가슴속 상처를 품은 사람은 같은 상처를 지닌 이의 눈에 그것이 그대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허지웅 에세이를 읽을 때 그것을 느꼈고 누구에게 구구절절 하소연할 수 없었던 그동안의 아픔과 상처를 그가 위로해 주는 기분을 느꼈다. 가족에게 느꼈을 분노와 체념, 그로 인한 처절한 외로움, 억지로 버텨내는 것이 보여 마음속으로 몇 번을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허지웅이란 사람은 나에게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다.

지금껏 살면서 같은 문제로 말이나 글로서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글을 통한 공감만으로도 꽁꽁 억눌러왔던 것들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4년 만에 만난 그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은 확실히 기존 에세이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깡으로 버티면서 덤빌 테면 덤벼봐 하던 기존 철학에 깊이가 배가 되고 조금은 겸손하며 역시 조금은 애절해졌다.

기존 에세이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면 이번 에세이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하게 한다. 솔직히 들여다보고 할 것도 없이 너무도 지긋지긋한 것들이라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도 아직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래서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읽어보려 한다. 계속 읽다 보면 내일은, 모레는 이런 나의 아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피폐한 마음을 가진 자들의 가장 편안한 안식처는 늘 자조와 비관이기 마련이다.

어느덧 나는 완전무결한 피해자라는 생각 안에 안도하며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무엇을 선택하든

늘 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그렇게 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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