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0일간의 이야기
유새빛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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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유새빛 지음

기분은 나쁘지만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던 수 많았던 날들을 이 책을 빌어 다시금 떠올려본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어떻게 남자들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리도 변하지 않는걸까 싶었다. 최근 그들은 거세게 부는 미투운동이라 칭하며 뭔가를 반성하고 자각한다기보다 '니들 참 애쓴다, 이제 적당히 좀 해라' 의 표현을 애써 교묘하게 눌러 담는듯한 조롱을 느끼며 원래부터 하지 말았어야할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불쾌함인건지, 그 와중에 미미하게나마 그들이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에 안도라도 해야하는 것인지 조금 혼란스럽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100일간의 이야기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여자가 다니기에 편하다는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대체 여자가 다니기에 편한 직장이란 뭘 말하는건지 나 또한 궁금증이 생기지만 여전히 신입사원들은 20년이나 넘게 차이나는 상사들의 은근슬쩍 터치와 입담에 고스란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연악한 새끼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신입사원은 그저 그들의 먹잇감일 뿐이다.

젊은 여성을 빌어 사내의 꽃이라는 둥, 회식 장소에서 은근슬쩍 여직원 다리에 손을 얹거나 심지어 허리에 팔을 두르기도하는 꼰대들의 모습은 그 예전 나의 젊은 시절에도 숱하게 겪었던 일이라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그런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놀라움과 허탈감이 밀려왔다. '어쩌면 니들은 그렇게 변하질 않니.... 에휴....'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에겐 회사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일을 배우기 위해 열정을 쏟아야하고 사람들의 얼굴과 특징을 기억해내야하며 누군가가 그냥 흘리는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고민하느라 초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런 와중에 훅하고 들어오는 사내 남성들의 교활함에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대놓고 표시하지 못했고 다른 여직원이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그저 참고 묵묵히 견뎌내는 것만이 이기는 것이라는, 지금도 이해못할 말을 했던 선배의 말만 귓가를 맴돌 뿐이다.

어색해지는 분위기와 상사의 갈굼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저 그렇게 둥글둥글하게 애써 잊으며 지나쳤던 모든 여성들에게 정작 나는 성희롱들이 짜증나 참다가 이직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맺었으면서 너희들은 앞으로 그러지말라고 말하는 것은 어패가 안맞아 보인다. 그렇다고 불구경하듯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내 탓이 아님에도 성희롱 앞에서 아니라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탓해야했던 수 많은 여성들에게 이 책은 공감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저 공감을 불러와 연대의식감만 느낀다면 진보하지 못할 것이다. 딸을 둔 엄마이기에 저자의 행보에 더 눈길이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딸에겐 아닌걸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며 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개인적인 성희롱 이야기를 담았다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바쁜 업무 속에서도 사내에 비치해두고 사원들, 특히 남자 상사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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