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밤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문학수첩 / 사라진 밤 / 할런 코벤 지음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데이지의 오늘 타깃은 가는 세로 줄무늬 회색 양복을 입은 노땅이다.

이름은 '데일 밀러'로 주먹코가 너무 커 마치 특수 분장을 한듯한 얼굴이지만 그게 뭐 대수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술이나 진탕 먹이면 그만이다.

두 번째 이혼을 앞두고 있는 밀러는 양육권 때문에 머리 아픈 소송 중이지만 남자 특유의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데이지를 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느덧 술을 진탕 먹였다고 생각한 데이지는 밀러에게 자기 집까지 태워달라는 부탁을 하고 렉스가 기다리는 길로 그를 안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끼를 덥석 물었던 얼간이들하곤 다르게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렉스의 후두부에 총알을 먹인다. 그런 밀러를 본 데이지는 그들이 자신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인이 꿈에 그리는 교외 주택가인 웨스트브리지에서 성장한 냅은 15년 전 사건으로 명문대 아이스하키팀으로의 마지막 한 걸음을 떼지 못한다. 그 대신 형사가 되어 15년 전 기차에 치여 죽은 동생 리오를 가슴에 새기고 이제는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도 없는 빈집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리오가 죽은 후 친해진 동창 엘리가 운영하는 여성쉼터의 일을 간간이 도와줄 뿐 엘리처럼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삶을 바라지도 않는다.

리오가 죽지 않았다면, 리오가 죽던 그날 밤 모라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냅의 삶은 좀 더 평탄했을까? 엘리처럼 가정을 이루고 예쁜 아이들을 낳아 야구 경기도 보러 가고 휴가도 즐기는 삶을 살았을까?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다. 그저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냅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방문한 경찰로 인해 그동안 냅의 가슴 언저리에 묻혀 있던 리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사라진 밤>은 15년 전 진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고교 아이스하키팀을 빛내던 냅, 자신의 실력과 곧 따라올 명성이 멀지 않아 보이던 그때, 마약과 술에 절어 있던 쌍둥이 동생 리오와 그의 여자친구 다이애나가 기차에 치여 죽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의 여자친구 모라가 행방을 감추고 15년이 지나 렉스 경관이 뒤통수에 총알이 박힐 때 차에 있던 것이 모라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고교시절 자신의 동생 리오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음모론 클럽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음모론 클럽에서 활동하던 리오와 행크, 렉스, 리오의 여자친구 다이애나는 이미 죽었고 모라는 행적을 감췄으며 베라는 자신의 거처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죽기 전 흠뻑 빠져있던 것이 핵탄두를 탑재한 나이키 미사일 관제소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냅은 15년 전 그날 밤 관제소에서 이들이 무엇을 보았다고 확신하는데....

이 소설은 실제 작가가 살던 마을에 있던 핵탄두를 탑재한 나이키 미사일 관제소에 대한 괴담이 후에 진실이었다는 것에 착안된 소설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한 이야기지만 냉전의 열기가 식지 않았던 그 당시 사람들이 진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오싹하게 느끼진 않았을 것 같다.

도대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도대체 너희들이 본 게 뭐야? 란 궁금증이 계속 이어져 결국 중간에 덮지 못하게 되는 소설 <사라진 밤>, 슬픔으로 가득했던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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