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현대사,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고 친일청산이 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미국에 발목을 잡혀 눈치만 보는 나라가 될 거란 걸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 계산해뒀던 것일까, 굳이 미래가 지금처럼 되리라는건 몰라도 어쨌든 다 계획이 있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림수는 제대로 먹혔고 그들이 의도한 대로 분열되어 단합되지 않은 채 비극적인 분단을 맞은 건 두고두고 통한으로 남을 일이다.
아마 상고사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이슈가 현대사가 아닐까 싶은데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많지만 최근 들어 오랫동안 억압에 의해 묻혔던 사건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오르며 재조명되는 일들이 보여 이제라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곤 한다.
일제의 탄압과 원하지 않은 분단, 독재란 불운 콤보세트를 껴안은 현대사는 떠올리기만 해도 울분이 터지고 아프기만 해 책을 더듬는 일이 쉽지 않다. 아마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굳이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피하고 싶다고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고 고학년이 되며 현대사를 배워나가는 아이가 제대로 된 현대사를 배우고 역사를 발판 삼아 현명한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펼쳐보게 되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1945년 해방부터 다루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두 차례에 걸친 원폭 투하와 소련의 참전으로 일왕 히로히토는 항복을 선언한다. 하지만 일본의 마지막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일왕의 '종전'조서가 있었으니 일왕 히로히토가 날인하고 내각 대신들이 서명한 '종전'조서에는 항복이란 말 대신 종전이란 말을 씀으로써 일본은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언제고 다시 그들을 짓밟기 위해 섬세하고 철저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오랜 억압에 처해있던 조선인들에게 광복이란 그 어떤 것에도 비출 수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복이 되기 전인 1943년 이집트 카이로회담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국을 수십 년간 신탁 통치한 다음에 독립시킬 구상을 하고 있었다. 이미 다 계획이 있었던 셈인데 아직도 친일의 잔재 속에 이승만 정권의 적법함을 내세우며 미국에 호의적인 기성세대들의 행동은 사실 어릴 적 역사를 배우며 많이 혼란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였다. 얼토당토않은 왜곡된 역사를 사실처럼 꾸며 그것을 진실인 양 둔갑시키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힘든 세월을 직접 지나왔음에도 왜곡된 사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믿는 것에 굉장한 허탈감을 느낀다.
다 계획이 있었던 그 꼼수에 분열되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미국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움을 안겨줬을 것이다.
이미 누가 배후였을지 유추해볼 수 있는 모든 이가 알만한 현실에서 민족 통합을 부르짖었던 김구 선생이 암살되고 비극적인 한국전쟁을 겪게 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에서 결국 자신에게 총을 겨눈 꼴이 되어버렸던 전쟁.
전쟁 중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생사조차 알지 못하게 됐거나 피난길에 부모가 죽거나 자식이 죽는 일이 허다했던 아비규환 속에서 그렇게 전쟁은 끝이 났고 초토화된 한반도는 재정비에 들어간다. 이후 악몽 같았던 전쟁의 잔상을 딛고 단기간에 경제를 되살리지만 이 역시 미국과 일본에 엮어 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역사는 지금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발목을 잡히곤 한다.
큼지막한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라 현대사를 어려워하는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만족도가 높은 책이다. 현대사를 배우는 아이의 궁금증에 설명을 하자면 부수적인 것들이 많이 튀어나와 이야기하다 갈 길을 잃곤 하는데 경제, 정치적인 면은 물론 생활적인 면들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함께 보는 책장에 꽂아놓고 두고두고 보게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