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오래전 <백범일지>가 방송 채널에 소개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이와 함께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백범 김구기념관, 4.3평화기념관, 강화 고택, 인천개항장 길을 둘러보며 <백범일지>를 다시 한번 아이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최근 역사에 대한 인식 변화로 역사 인물들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급박한 상황을 말해주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에 늘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름을 느낀다. 자신의 뜻을 미처 다 펼치지도 못하고 밝혀지지도 않은 배후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억울함은 얼마나 깊을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김구 선생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참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고 느껴지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모습과 동학 농민 운 참여, 불교와 천주교에 뜻을 두기까지 참 다양하고 주체적인 삶을 엿볼 수 있다. 이후 학교를 설립하여 배움이 모자란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하면 독립을 위해 임시정부를 추진한 것등 나라를 위한 열정을 따라가다 보면 글로 쫓는데도 숨이 가빠 옴을 느끼게 된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의 출생과 유년 시절부터 국무 위원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상권과 상해 도착을 시작으로 한 하권을 한 권에 담고 있다. 특히 인천은 김구 선생이 일제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을 복수하기 위해 치하포에서 일본 육군 중위를 처단한 죄로 투옥한 인천감리서가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른데 투옥 생활 중 인천항 1부두인 축항공사에 대한 힘겨운 내용도 담겨 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해 다녔던 임시정부 시절에 응답하듯 광복을 맞이하지만 입국을 거부당해 그렇게 열망했던 조국의 땅을 밟기까지의 우여곡절은 문장으로 읽으면서도 답답함과 분함이 느껴지는데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굴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음에 역시 큰일을 위해서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대범함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 예전 문화 강국을 강조했던 김구 선생님, 처음 그 말을 접했을 땐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었더랬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한해 두해 되새겨보는 문화강국의 의미가 조금씩 더해지면서 멀리 보는 선생님의 식견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수많은 역사의 만약 앞에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면 이후의 대한민국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