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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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미미디어 /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 스미노 요루 지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다소 섬뜩한 소설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스미노 요루'.

평소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풋풋한 학생 시절을 다룬 소설이 꽤 인상적일 텐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때의 기억들은 책을 덮으며 잔상으로 남아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나의 옛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민폐의 대상이 되는 것도 타인에게 주목받는 것도 싫은 '다바타 가에데'는 타인에게 다가가지 않고 자신만의 테두리를 만들며 대학생활을 하려 한다. 그런 성격답게 대학 생활도 특별할 것 없이 느껴지던 어느 날, 강의 시간의 무료한 적막을 깨고 이상적인 평화론 등을 주장하는 뜬금없는 여학생의 출현에 강의실은 들썩거리게 된다.

좋게 생각하면 순수함이지만 왠지 현실에서 동떨어진 주장을 펼치는 아키요시의 등장은 가에데를 비롯해 타인에 눈에도 비치는 감정은 같은 것이었으니 그런 아키요시 곁에 아무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그 누구에게도 튀고 싶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던 가에데에게 요주의 인물 아키요시가 다가온다.

자신에게 다가오며 아는 척을 하는 아키요시가 귀찮게 느껴지면서도 그런 그녀를 매몰차게 밀어내지도 못하는 가에데는 그렇게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게 되고 처음 아키요시를 보며 이상하게 느꼈던 생각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일상 속에 세계 평화를 지향하자며 아키요시는 동아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그렇게 둘이서 '모아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된다.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 대신 적당한 거리를 두며 대학생활을 이어나가던 가에데는 졸업반이 되었고 취업활동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다행히 면접을 본 회사로부터 합격 소식을 듣고 안도한 가에데는 그제서야 처음 아키요시와 의미를 부여하며 결성했던 모아이가 인맥용 동아리로 변질되버린 사실을 포착하게 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곁에 없는 아키요시의 순수함으로 시작된 동아리의 뜻을 되찾고자 현재의 동아리를 깨부술 작전을 세우게 되는데.... 이미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져버린 모아이를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가에데가 모아이의 순수함을 되찾고자 변질돼버린 모아이에 맞서는 모습은 교복을 벗고 사회로 나와 현실에 타협하며 어느새 찌들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이 들게 한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애써 외면하며 발길을 돌렸던 시간 속에서 어느덧 순수함과 유쾌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금 자문해보며 가에데를 통해 나의 뒷모습도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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