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 좀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정명섭 작가님의 소설 중 단연 으뜸은 역사 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장르다 보니 역사와 관련된 소설은 찾아서 보는 편인데 어느 순간 '정명섭'이란 이름만 보고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믿고 보게 됐던 것 같다. 다채로운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시대 속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탄생해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에 주인공이 펼칠 다음 이야기가 기대돼 밤잠 설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동안 만나봤던 소설은 답답했던 역사적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한숨을 쉴 때가 많았는데 을지문덕 탐정록의 두 번째 이야기의 <무덤 속의 죽음>은 그대로 몰입할 수 있어 기존 소설보다는 읽기가 한결 수월했던 것 같다.
수나라 와의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에 대한 이미지는 소설에서 꽤나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보통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정도로 강한 인상의 장군의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 읽다 보니 나름 매력이 느껴지는 캐릭터라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덤 속의 죽음>은 전작인 <온달장군 살인사건>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온달장군이 죽은 후 무덤 안에 신수를 그려 넣던 화공 거타지가 물감에 섞인 독으로 인해 죽은 채 발견되고 거타지 밑에서 그림을 배우던 담징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담징은 누군가의 음모에 자신이 휘말렸다는 사실에 억울해하지만 평소 스승님의 물감 준비를 하던 게 자신이었고 증거만 놓고 보면 어떤 반박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사건을 담당한 연자유에게 을지문덕 장군을 불러 도와줄 것을 부탁하지만 전작에서 태왕 폐하를 암살하려던 신라의 음모를 밝혀냄으로써 중군 주활에 임명된 을지문덕과 라이벌 관계였던 연자유는 이를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연자유 밑에 있던 찬노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듣게 된 을지문덕은 담징이 거타지를 죽였을 리 없다고 생각하여 담징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연자유를 찾아 사건을 해결할 닷새의 시간을 벌게 된다.
닷새의 시간을 벌었지만 그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담징을 처형하겠노라 으름장을 놓은 연자유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을지문덕은 과연 담징의 누명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범인의 독백 때문에 왜?라는 궁금증을 놓을 수 없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흥미진진해서 중간에 놓을 수 없는 이야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꾸 불러일으키니 한번 잡으면 중간에 절대 놓을 수 없는 마력은 이번 소설에서도 그대로 전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