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비상인 현재, 그런 이유로 전염병과 관련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전염병과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지리적 이야기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질병, 의학, 위생, 미용, 생활, 예술, 산업, 경제 부문으로 나누어 전염병의 이동에서부터 중세인들의 생활양식을 통해 본 위생관념, 오줌의 무궁무진한 역할, 그 옛날 수세식 화장실이 발달했던 나라, 현재에 이르러 인분을 연료로 삼아 달리는 버스의 등장까지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14세기 열이 펄펄 끓고 팔다리 통증과 몸 곳곳에 검은 종기가 부어오르고 피부색이 까맣게 변하는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강타한다. 현재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페스트 역시 중국 운남성의 풍토병이었던 것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쪽으로 옮겨졌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어찌 됐던 실크로드를 통해 페스트가 유럽 전역에 퍼졌던 것처럼 콜럼버스가 인도인 줄 알고 닿았던 신대륙에 전했던 전염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의 많은 수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도 보이듯 전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고 발병 후에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인간이 더 두렵게 느낄 것이다. 이런 전염병으로 인해 씻는 것이 금기되었고 당시 횡행했던 목욕탕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특히 목욕 이야기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해 뜨거운 목욕을 하면 열린 땀구멍을 통해 역병이 침투한다고 생각해 목욕탕과 목욕을 피하라는 주장이 나왔고 이 때문에 페스트 이후 400년 동안 공중 목욕 문화가 사라졌다고 하니 그 생활이 얼마나 불편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런 주장이 자리 잡기 전까지 횡행했던 공중목욕탕이 남녀 혼탕과 윤락이 자리 잡으면서 퇴폐적인 장소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매독균으로부터는 좀 안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씻지 않아 생기는 병이 더 위험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루이 14세가 대공사를 벌여 완성한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봤을 텐데 화장실이 없어 드넓은 정원에 용변을 보는 일이 속출했고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하이힐과 향수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사실 터무니없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2만여 평의 궁전 건물에 방이 700개, 창문이 2143개일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궁이지만 어딘가에 있어야 할 화장실 용도가 보이지 않았기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장실 전용 방이 아니라 베르사유 궁전엔 다용도실처럼 작은방에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전용 의자를 통해 배설을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실제 귀족들이 썼던 변기 의자가 너무도 고풍스러워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지금의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은 산업화의 가속도로 인해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겪었던 질병과 고통이 기반이 된 것들인데 깨끗하기는 하지만 정화되는 인분이 비료로 쓰이지 못하고 엄청난 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의 낭비를 막기 위한 바이오산업의 등장은 지구 자원의 고갈을 막아줄 대체법으로 등장해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똥, 오줌, 방귀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이며 안전과도 연관되어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데 역사에서 찾아보는 질병의 이야기와 전 세계 인구가 배출하는 인분이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