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함께했지만 이후 종을 달리하며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했다는 이야기는 사실 아직까지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무엇이 지금의 인간과 침팬지를 가르게 되었을까?
아이와 종종 들르는 박물관에서 인간의 진화 과정과 명칭을 볼 때마다 몇만 년, 몇십만 년을 두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화된 모양을 그저 신기하게만 쳐다봤었는데 최근 방영된 드라마 이후로 종과 관련된 책을 접하면서 다르게 진화된 종들이 있었고 드라마에서처럼 종끼리 싸우고 식인을 하며 열세한 종이 멸종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인간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남겨진 화석을 찾아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아 학자들 간에도 여러 가지 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래서 더욱 매혹적인 분야로 다가오는 건 아닐까 싶었다.
직립으로 서 있는 사람이란 뜻인 '호모 에렉투스'를 향한 항해는 고고 유전학을 전공한 저자가 2009년 겨울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7만 년 전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가락 끝 조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발견된 뼛조각을 DNA 염기서열로 해독한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이종교배인 것으로 나타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이야기를 더하게 된다.
저자는 각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도를 통해 시대와 인류가 거쳐간 이동 동선을 표시해놨는데 자연재해가 인류 이동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함께 표시해놓고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언젠가 TV에서 사학자가 네안데르탈인은 두뇌가 명석한 호모사피엔스 때문에 멸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현생 인류의 몸속에 남아있는 유전자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있어 멸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눈앞에 보이지 않아 멸종되었다는 식이 아닌, 인류 DNA 안에 새겨져있다는 이야기여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네안데르탈인이 혹한의 환경에 고립되면서 현생 인류가 유럽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이것이 유전자의 변혁기로 작용한다. 이후 최대 빙하기가 끝나면서 유럽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근동 지방에서 직립보행 기원이 출현했고 따뜻한 기후는 수렵민과 채집민을 농경민과 가축 사육자로 생활하게 되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따뜻해진 기후를 통해 이동이 많아지면서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된다.
유럽인들의 이동으로 페스트가 퍼지게 되었고 이후 한센병, 결핵, 매독 등의 질병과 이동경로 등을 유전자를 통해 설명하는 것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저자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인류의 출현과 이동, 유전자 이야기를 통해 잘못된 토착 인류에 대한 인식 때문에 민족의 우월함과 열등함을 판가름 짓는 것은 잘못된 견해라고 지적한다. 책을 눈여겨본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자기애 또는 민족애란 생각이 들 텐데 그런 주장을 확산시켜 전쟁을 유도하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일으켜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합리화시키는 인간의 잔악함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지금까지 제시되었던 주장이 불현듯 발견될 뼛조각 하나로 인해 뒤틀어지는 일들이 여러 번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호기심이기에 지금도 수많은 학자들이 인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