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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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미디어 / 숙명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어린 시절 벽돌 병원의 사나에 씨는 유사쿠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고지대로 향하는 완만한 언덕길 끝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벽돌 건물 병원을 동네 아이들은 벽돌 병원이라 불렀고 병원을 둘러싼 너도밤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은 아이들이 놀기엔 좋은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나에 씨는 자상하고 친절했지만 보통의 어른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유사쿠를 비롯해 아이드에게 몰래 사탕을 쥐여주는 사나에 씨는 엄마가 없던 유사쿠에게는 따뜻한 존재였는데 그랬던 사나에 씨는 유사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죽어버렸고 경찰관인 아버지가 사나에 씨의 죽음을 조사하기도 했지만 사건에 대해 이렇다 할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유사쿠는 성장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격이 좋아 아이들이 잘 따라 리더 역할을 곧잘 맡았던 유사쿠, 성적까지 좋아 인기도 많던 유사쿠의 학창 시절에 제동을 건 것은 주변에 친구 하나 없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는 아키히로였다. 아키히로는 지역에서 손안에 드는 큰 회사의 자제였지만 유독 아이들에게 차갑게 대하는 태도 때문에 친구들은 그를 재수 없는 아이라며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부나 운동 등에서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유사쿠를 어렵지 않게 제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사쿠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패배감과 열등감, 승부욕을 불태우게 된다.

그런 학창 시절 속에 유사쿠는 의과대학을 목표로 두고 공부에 매진하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재수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유사쿠는 미사코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시험날 아버지가 쓰러지게 되면서 목표했던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고 아버지처럼 경찰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유사쿠와 미사코가 헤어지게 된 원인이 되어 오랜 세월이 흐르는데....

한편 아키히코는 집안의 대를 잇지 않고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었고 아버지 회사의 비서로 일하던 미사코와 결혼해 본가 옆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나오아키가 지병을 앓다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아끼던 물건들을 친척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눈에 띈 석궁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이은 마사키요를 죽음에 이르게 한 흉기란 것이 밝혀지면서 경찰들은 분주해진다.

그리고 범인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유사쿠는 미사코와 아키히코를 만나 옛 추억에 빠져드는 한편 아키히코의 수상한 정황들을 차례대로 목격하게 되는데.....

소설은 유사쿠가 중심이 되어 어린 시절 그의 라이벌이었던 아키히코와 첫사랑 미사코가 훗날 재벌가 실세의 죽음과 관련되어 등장하면서 유사쿠 기억 속에 있던 벽돌 병원 사나에 씨의 죽음이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조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오래전 출간된 소설이기에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장면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오히려 옛날 감수성을 불러들여 추억에 젖어들게도 되는데 책을 덮으며 표지 속 두 소년과 <숙명>이란 제목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을 나타낸 것 같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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