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나 공들여 그린 그림을 선생님에게 뺏긴 설이는 자꾸만 화가 난다.
멋진 철제 갑옷을 입은 여전사 타냐가 말을 타고 적진으로 향하는 그림은 그 자체로도 범상치 않았지만 문제는 타냐가 입고 있는 갑옷이 선정적이란 게 문제가 되면서 설이의 새엄마가 학교에 불려오게 된다. 자신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는 새엄마와 화를 내는 아빠, 설이는 이 모든 상황에 자꾸만 짜증이 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실력이 남달랐던 설이는 엄마의 권유에 따라 미술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크로키 대신 색칠을 강요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점점 간섭이라고 생각하면서 급기야 엄마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다. 학원을 다니지 않겠다는 설이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재능이 아깝다는 엄마의 팽팽한 신경전을 시작으로 며칠 동안 엄마에게 말조차 하지 않았던 설이는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사고로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의상 디자이너인 고모할머니가 자신의 회사 직원인 새엄마를 아빠에게 소개하면서 둘은 결혼하게 되었고 그렇게 설이는 새엄마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설이는 새엄마라는 호칭 대신 아줌마라는 호칭을 고수하며 새엄마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런 생활 속에 여전사 그림을 건우에게 들키게 되고 그것이 선생님에게 알려지면서 학교에 불려온 새엄마, 그리고 건우 때문에 시작된 사건은 엉뚱하게도 평소 건우를 마음에 두고 있던 단짝 세연에게 오해를 불러오면서 설이는 진퇴양난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 새엄마가 아기를 낳기 전 다 같이 해외여행을 가자는 아빠의 권유에 설이는 따라가지 않는 대신 고모할머니 댁에 머무르겠다고 선언하며 일주일 동안 고모할머니 댁에 머무르게 된다.
예순이 넘었지만 신문에 실릴 정도로 상도 받고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고모할머니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까칠한 성격 때문에 설이가 자주 찾는 분은 아니었지만 가족여행을 같이 가고 싶지 않았던 설이는 5일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고모할머니 댁을 찾는데 첫날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할머니의 비밀을 통해 설이는 자신의 바람을 실행시키려 하지만 그 대신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의 첫사랑이 잠든 목포로 향하게 되고 짧은 여행 속에서 법대생인 할아버지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하루 12~18시간씩 공장에서 일하며 재봉틀을 돌렸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가족부양과 오빠의 뒷바라지를 위해 졸린 눈을 비벼가며 화장실도 못 간 채 일해야 했던 할머니, 그 속에서도 차마 놓지 못한 배움의 길을 가기 위해 할머니는 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그곳에서 대학생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첫사랑으로 이어지지만 독재시대에 맞서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선생님이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둘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한다.
<햇빛 쏟아지던 여름>은 화해할 시간도 없이 엄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그 자리에 새 가족인 아줌마가 들어오면서 설이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그 감정 때문에 차마 새엄마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양면의 감정으로 힘들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관심도 없이 바쁘기만 한 아빠한테도 늘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설이는 고모할머니와의 일 이후로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마음을 읽게 되는데....
2019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인 <햇빛 쏟아지는 여름>,
민주화 운동과 당시 시대상에 갇혀있던 여성들의 모습은 사회 시간에 배운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 시대적 배경이 되어주었고 설이를 통해 겉돌던 가족이란 울타리 안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