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 함께 사는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ㅣ 요즘문고 1
우엉, 부추, 돌김 지음 / 900KM / 2020년 7월
평점 :
요즘책방 /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 우엉, 부추, 돌김 지음
강화 책방시점을 알게 된 건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내가 사는 인천과 가까운 강화도에 서양고전학자 김현 교수님이 출연하셔서 흥미롭게 보고 있었는데 그때 화면에 나온 곳이 책방시점이었다. 지은지 얼마 안 돼 깨끗한 건물도 눈에 띄었지만 동네 주민들이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른 동네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북스테이란 것을 하고 있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벼르다 기회가 닿아 아이와 1박 북스테이를 하게 되었을 당시만 해도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이 펀딩 중이라 바로 만나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반가움이 컸던 것 같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은 우엉, 부추, 돌김이란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났고 그 인연을 이어오며 셋이 함께 살기 위해 강화도에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며 겪은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엉, 부추, 돌김 세 사람이 릴레이 하듯 써 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고민들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춘천에서 지역신문기자였던 돌김, 인천에서 선생님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우엉과 부추는 학교 선후배 사이이다. 여러 곳의 둘레길을 걸으며 생각을 적은 돌김의 블로그를 부추가 보게 되면서 인연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우엉이 함께하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대학시절 독립을 하며 혼자 살기 시작한 시점의 이야기들부터 시작된다.
독립은 했지만 가진 돈 안에서 집을 골라야 했기에 그들은 다양한 집들을 옮겨 다니며 경험을 축적한다. 조용하고 아늑한 내 집을 꿈꿨지만 주인이란 이유로 불시 점검을 당하는가 하면 다닥다닥 붙은 건물 구조로 인해 소음과 햇빛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힘들었던 이야기 등을 통해 비상식적인 부동산 값과 그 속에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그저 노오오오오력으로도 안되는 현실에서 자포자기하는 마음뿐이란 걸 보여준다. 뭐 여기까진 좀 사는 집이 아닌 대다수의 시민들이 겪는 일이기에 크게 별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하게 떠오르고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은 역시 마음은 가족이지만 법적으론 가족으로 지칭될 수 없는 구조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돌김과 부추는 부부이기에 법적으론 이상이 없지만 우엉은 서류상 동거인으로 들어가 있기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관계는 가족같이 여기며 함께 살고는 있지만 갑자기 누가 아파 수술을 해야 될 경우나 잘못됐을 경우 동의서 사인이나 휴가 사항에 들어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에 점점 비친족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실질적인 조치가 시급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바로 직전부터 꽤 오랫동안 자취를 했었기에 피부로 와닿는 혼자라는 의미에 대해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원래 형제도 없이 외동으로 자랐고 부모님은 바빠 항상 혼자였던 시간이 길었기에 이쯤 되면 외로움 같은 건 무던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지만 사실 결혼 전까진 지독한 외로움이란 감정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우엉의 글을 읽으며 오래전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었다.
한 번쯤은 이혼을 떠올리거나 남편과 아이에게 치여 내 삶은 무엇일까란 고민이 심각하게 들 법도 한데 혼자 너무 오래였기에 나는 남편도 있고 딸도 있는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전까진 인간에 대한 기대치도 없었고 내가 상처받기 전에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에 주변에 지인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결혼 후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이들의 함께 사는 생활이 왜 행복할 수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졌던 것 같다.
나름대로의 고민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세 사람과 시고르자브종 전등과 마니, 그리고 동네 길고양이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편안함을 갖게 해줬기에 바쁜 생활에 지쳤거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곳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