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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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 줄 알았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연작소설인데 중반쯤 수록되어 있는 '누구세요?'를 읽다가 <새벽의 방문자들>에 실려 있던 단편이란 게 떠올랐다. 그때도 참 분통터지게 하는 극중 재영의 발언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간신히 눌러야 했는데 두 번째도 역시 책을 잠깐씩 덮으며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였으나 현실에서 어렵지 볼 수 있는 재영의 탈을 쓴 남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무더위를 날려줄 그 어떤 호러보다 더 무섭게 다가왔다.

8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는 처참하고 궁상맞아 호흡이 가빠 올 만큼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는데 드라마의 단골 소재나 심지어 아는 지인 중 비슷한 경험을 하소연하던 일과 겹치면서 참 절묘하게 현실적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알지 못했거나 상대방이 무안해할 거란 배려심으로 또는 언어 체계가 달라 상호 소통에서 오는 동상이몽으로 여자와 남자의 생각과 소통은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다. 생각과 다른 남자의 행동에 대처하는 여자와 다 알면서 그러지 않았느냐는 남자의 발언은 너무 뻔해서 기가 질릴 정도지만 상처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언제나 오롯이 여자를 향했었다. 그렇고 그런 얘기,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해 기시감마저 드는 이야기들, 그런 기시감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보면 주변에서 너무도 많이 들었던 얘기라 결국은 갑자기 머리가 쭈뼛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고시원에 틀어박힌 7년 동안 뒷바라지를 했지만 사법고시를 패스하자마자 뻥 차인 여자 이야기, 매너 좋고 무엇 하나 빠지지 않게 자신에게 잘해주는 거래처 직장남이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에 상처받는 이야기, 5년을 사귀고 결혼에 대한 미래를 그리며 요즘 세상에 맞벌이는 당연하며 아이를 낳는 모성은 버리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요 자신의 어머니보다 장모가 될 분이 더 기력이 좋고 가까운데 사니 아이를 낳으면 육아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리라는 되먹지 못한 생각을 하는 남자에게 상사가 자신의 손목과 어깨를 주무르고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중심 부분을 부비대 회사에 고발했으나 어이없게 잘렸더라는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에만 격분하는 남자.....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뻔함 앞에서도 공감과 화가 나는 게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란 데 더 화가 나는 건 왜일까....

이 책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여자들도 많이 읽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라는 이유로 모른 척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무서워서 어디 여자들에게 말이나 제대로 하겠냐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지만 그런 남자들도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모두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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