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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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드 / 수이사이드 클럽 / 레이철 헹 장편소설

인간의 마지막 욕망인 수명 연장 시대가 열리며 지금보다 훨씬 오래사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수이사이드 클럽>


말끔하게 차려입은 영상 속 남자는 처음부터 눈길을 끌지 못했다.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영상 속 남자는 자신이 이름과 나이를 말하며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했고 앞으로 200년을 더 살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병에 있던 검붉은 내용물을 들이킨 후 불꽃을 일으키며 일그러져버린 남자...


<수이사이드 클럽>은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리며 인간의 불로장생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덧없는지 예고한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인 레아는 100살이 되기 전 사내의 첫 라이퍼로써 임원자리에 오르며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듯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42살을 살았던 엄마 유주도, 자신과 다른 비라이퍼의 삶을 살았던 오빠 새뮤얼도, 새뮤얼이 죽자 집을 나가 88년동안 보지 못한 아빠도 곁에 없다. 위안이라면 자신 곁에서 한결같은 애정을 보이는 토드랄까....


그러던 어느 날 레아는 출근하던 중 88년만에 아버지를 길에서 발견하게되고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차선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다행이 레아는 큰 부상없이 깨어날 수 있었지만 감시당국에선 레아가 직장과 반대 방향을 무리하게 건너려고 한 정황을 수상히 여겨 레아에게 감시를 붙이기에 이르고 이들은 레아의 직장은 물론 토드와 함께 사는 집까지 들이닥쳐 레아를 미치기 일보 직전으로 몰고 간다.


힘들게 쌓은 커리어가 날아갈 위기에 처해있지만 레아는 당국에 아버지를 쫓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의심에도 변명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큰 빚을 지고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당국이 아직까지 쫓고 있다는걸 알았기 때문인데 그런 연유로 레아는 일부러 차에 뛰어든 것으로 오해받아 감시가 붙은 것과 정신 치료를 받을 것을 종용받는 불편함 속에서도 입을 열 수가 없다.


평탄했던 생활 패턴이 깨지며 혼란스러운 현재를 맞이한 레아에게 며칠 전 눈앞에서 놓쳐버린 아버지가 찾아오고 그동안 아버지가 어디에 살았으며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된다.


한편 북유럽에서 유명한 음악가였던 엄마와 안야는 제법 잘 살았지만 생명 연장을 위해 더 강한 심장으로 탈바꿈하던 엄마의 집착으로 많던 재산을 다 날리게 되고 급기야 심장은 뛰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이 누워있는 엄마로 인해 줄리어드 음대에 합격해놓고도 다닐 수가 없다. 절망적인 나날 속에 당국의 지시에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레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삶에 환멸을 느낀 라이퍼들의 만든 '수이사이드 클럽'에 대해 알게 되는데....


100년이 아닌 300년을 살아야하는 라이퍼들의 삶.

고밀도 리포단백질을 두고 벌이는 경쟁과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동물성 음식 금지는 물론 정부의 지침대로 금욕적인 삶에 지친 라이퍼들이 만든 '수이사이드 클럽'은 정부의 지침에서 벗어나 라이브 음악을 듣거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전통 음식을 진탕 먹어제끼는 등의 일탈을 삼는데 인간 최대 목표인 불로장생의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나조차도 온몸으로 부정하고 싶어질 것 같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재산이 많냐 적냐의 계급이 라이퍼와 비라이퍼로 이동하면서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이며 오래 살기 위해 심장을 바꾸며 가산을 탕진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지, 당국의 감시와 수없는 지침에 따라야하는 투명 쇠창살에 갇혀버린 삶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삶이었는지 소설은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어떤 이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원래부터 오래사는 삶을 선호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300년이나 수명을 살아내야하는 라이퍼들의 삶이 끔찍하게 다가왔는데 100살, 200살은 예사로 표기되는 숫자 앞에서도 숨이 턱턱 막혔던 것은 나만이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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