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가 있었지만
얼굴 한번 본 적 없이 중2가 되도록 친엄마란 사람의 친구 집에서 객식구처럼 자란 영인.
친모의 친구란
사람들이 영인에게 모질게 대하진 않았지만 영인은 그들 속에 속하지 못한 채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자라난다.
그리고 중2가
되던 해 친모라는 김작가가 찾아와 영인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중2까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엄마란 소릴 차마 할 수 없었던 영인은 김작가라는 호칭으로 그녀를 대했고 영인을 낳은 엄마지만 이웃집 아줌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녀의 태도는 십몇 년 만에 만난 모녀 상봉의 애틋함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이들
모녀가 자리를 잡은 계동의 글쓰기 교실, 이름도 없는 문예지 당선을 부풀리며 김작가는 아이들을 상대로 글쓰기 연습을 시작하고 조금씩 계동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십몇 년 만에
영인과 함께 살게 된 김작가는 영인에게 밥을 차려주거나 옷을 사주는 등의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났기에 애틋해도 모자람이 없을
테지만 김작가는 사회통념에 갇힌 모성애에서 크게 벗어나는 인물이다. 왜 엄마는 다른 엄마와 다를까란 생각에 외로움과 자기 연민이 온몸을 강타했던
영인조차 점점 김작가와 함께 사는 삶에서 모성애로 점철된 엄마의 이미지를 버리기 시작한다. 그런 영인의 결핍은 이성에게 향하지만 누군가
다가오기엔 쉽지 않은 외모 때문에 남자와의 연애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영인은 획기적이게도 남자가 아니라면 여자에게서 만족함을 찾기 시작하고
학교에서 날라리로 소문난 J에게 연애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동성 친구인
J에게조차 관심을 못 받은 영인, 그리고 나타난 아담한 체구의 K는 영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고 그녀들의 관계는 그렇게 지속된다. 그러던
와중에 김작가의 글쓰기 교실에 근처 고등학교 선생님인 장이 등장하면서 영인의 관심은 장에게 쏠리게 되고 그에게 절절한 사랑의 편지를 전달하지만
그런 영인의 감정과 상관없이 장은 김작가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저 누군가
자신의 곁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런 일은 영인에게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고
김작가 또한 자신이 좋아하던 장과 한살림을 차리게 되면서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의 장벽에 부딪치기 시작한다. 그런 영인의
결핍은 글쓰기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20대와 30대를 지나며 글쓰기가 그녀에게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