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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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 경찰서 강력반 형사였던 이호진은 교통사고로 딸을 잃고 아내마저 떠나자 삶의 끈을 놔버린 채 술에 찌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꿈이 있어 시작했던 형사는 아니었지만 없는 살림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자 진급에 열을 올렸고 매일같이 치이는 업무 속에 가정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잡았던 가족 나들이는 호진의 직장에서 온 갑작스러운 호출로 인해 아내와 딸만 나들이 길에 나서게 되고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딸은 교통사고를 당해 여섯 살밖에 안됐던 예나를 허망하게 잃게 된다. 그리고 계획에서 틀어졌던 이날로 인해 호진은 자신이 형사만 아니었더라면 딸을 잃지 않았을 거라며 죄책감 속에 시달린다.

그렇게 모든 것을 놔버린 호진은 점점 무단결근이 잦아지게 되었고 그렇게 형사로서의 생활도 접게 된다. 매일같이 술에 찌들어 폐인같이 지내던 호진에게 직장 사수였던 백과장이 찾아와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며 은밀한 부탁을 해오는데...

백과장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외동딸 은애가 한 달 전에 집을 나갔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함께 데려온 풋내기 형사 박용현이 포르노 사이트에서 은애를 봤다며 소문나지 않게 호진에게 은애를 찾아봐달라고 하였고 선뜻 내키진 않았지만 백과장이 제시한 금액과 어릴 적 몇 번 보았던 은애가 걱정돼 사건을 맡기로 한다.

그리고 박용현이 보았다던 동영상을 다운받아 은애를 찾을 실마리를 찾기 시작하지만 영상을 통해 나타난 은애는 호진이 생각했던 납치와 달리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모습이었고 이에 호진은 충격을 받게 된다. 조신한 백과장의 아내 곁에 묵묵히 집안일을 도와주던 은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호진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그러면서도 동영상 속에 비친 모습을 통해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베개 속에 비친 숫자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모텔 이름을 백과장에게 알려주었지만 그런 곳은 없다는 얘기에 다시 한번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데....

어두운 모텔 방, 은애의 나체 영상, 은애를 재촉하는 남자의 목소리, 그럼에도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호진은 유리창에 비친 네온 불빛을 통해 모텔을 찾을 수 있었고 모텔 여사장에게 확실한 증거를 찾으려 하지만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여사장에게 당할 재간이 없었던 호진은 백과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과 딸아이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 도와줄 수 없다는 백과장의 단호함에 자신의 특기인 잠복근무에 돌입한다.

그러나 호진의 판단 미스는 실수를 낳았고 뒤늦게 깨달아 현장에 들이닥쳤을 땐 은애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은애의 사건이 미제 사건화가 되면서 호진은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하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검은 그림자의 진실 상처>는 불법 동영상을 통해 사라진 은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인천 출신 작가답게 인천의 구석구석을 실감 나게 스토리에 담아 인천에 사는 사람들에겐 사라진 은애를 찾는 호진의 발걸음을 더 숨 가쁘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해놨다. 무엇보다 최근 터진 n 번방의 주도 인물이 다니던 대학교와 그들이 채웠을 인간 이하의 본능들이 소설 속에서 탄생한 듯한 느낌이 들어 더 몰입해서 읽게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숨 가쁘게 따라가다 마주치는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충격적인데 실제 일어났던 n 번 방 사건의 교활함과 잔학함을 생각하면 현실과 소설 중 뭐가 더 충격적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이다. 인터넷 강국이란 찬란함 뒤에 무섭게 도사리고 있는 악마의 손길이 이렇게도 한 인간을 육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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