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어딘가 블랙홀 -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이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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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 저기 어딘가 블랙홀 / 이지유 과학 에세이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과학을 싫어했었다.

당최 입에 붙지 않는 용어들도 그렇고 일상 속 현상들이 과학적 시점에서 탄생했을 때 느껴지던 경외감 뒤로 그것을 화학적 물리적으로 암기해야 한다는 현실이 싫었던 것 같다. 고로 나는 과학과 관련된 책은 거의 보지 않는다. 책 제목에 붙은 '블랙홀'이란 단어가 없었다면 아마 보고 싶다는 생각을 1초도 안 했을 거다. 그리고 순식간에 튀어나올 과학 용어들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끌어안고 책을 펼쳤을 땐 시작하기 전부터 너무 쫄아있던 내 모습이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구 최강 과학 기피자에게 웃음을 안겨준 책이니 이만한 찬사가 또 어디 있을까.

 

 

 

세상엔 기이해서 더욱 궁금증을 유발하는 현상들로 가득 차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과학 기피자이기에 나는 외계인설이나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주장에 귀를 솔깃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은 조금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학 에세이지만 나 같은 기피자들을 수없이 봐온 까닭인지 참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져 있다.

직접 가보지 못한 지구 곳곳의 대자연을 통해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깨알같이 알려줌은 물론 지금껏 책에서 봐왔던 일반적 시점과 다른 시점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짤막하게 나타내 독자들의 생각을 유도한다.

얼마 전 개기일식이 있어 주변 사람들 모두 손에 뭔가를 들고나가기 바빴던 휴일 오후 같은 개기일식이 작년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첫 이야기는 '라세레나의 개기일식'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칠레의 라세레나 해변까지 달려갔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 상황에서 해가 가려지며 완벽한 어둠을 만들었을 때 검은 해와 파란 코로나를 보며 울었다는 내용에 궁금증이 들어 검색해보니 평생 살아가며 이런 광경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격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뭉클함이 차올랐었다. 바로 이런 장면을 보기 위해 열 시간이 넘는 거리를 설렘에 젖어 찾아갔을 사람들은 얼마나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란 생각에 왠지 모를 벅찬 기운을 전해 받은 느낌이었다.

<저기 어딘가 블랙홀>은 '과학'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연상되어 튀어나오는 생각들을 보기 좋게 깔아뭉개고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과학적 설명을 적당히 섞어 설명해 주고 있는데 지구의 여러 곳이 설명되어 있어 순간 여행 에세이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다음 이야기는 어떤 주제를 담고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소재들을 담고 있다는 것도 독자로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요소로 다가오는데 무엇보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팁처럼 알려주고 있는 점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직 하와이는 가보지 못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명품관 이야기만 들었던 터라 하와이에 대한 로망은 딱히 없었는데 지상 최대의 천문대를 지을 만큼 천혜의 환경을 갖춘 그곳의 밤하늘과 마우나케아의 석양이 보고 싶어 죽기 전에 하와이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로 찾는 곳이지만 면적당 인구 비율이 높아 살인적인 부동산 값을 자랑하는 홍콩이 사실은 자연친화적인 곳이라는 사실은 공기의 순환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은 빌딩들로 인해 여름만 되면 흐물흐물해짐을 느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발전이란 이름 아래 자행된 환경 파괴는 이미 너무 많은 피해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깨닫지 못한 채 앞으로만 달려가는 인간의 욕심과 자연에 대한 우월감이 얼마나 얄팍하고 덧없는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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