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날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연애 상대방에게 이런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그 관계야말로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온도와 다소 다르게 느껴지더라도 처음엔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따라와 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온도차가 좁혀지지 못하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연애이고 이런 격차는 결국 이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아도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일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답답한 마음에 상대방을 욕하고 헤어지라고 해도 한번 씐 콩깍지는 결코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대체 사랑에 빠지면 왜 이렇게 되는 걸까?
겉표지만 보면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고 뜨거운 연애를 하다 이별에 이르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떠올리게 되지만 주인공 프레디는 어딜 가나 인기를 몰고 다니는 로라 딘을 좋아하고 로라 딘은 여자이다. 그리고 프레디와 함께 어울리는 친구인 에릭과 버디는 게이 커플이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 동성애 찬반에 대한 저항감은 없더라도 왠지 불편한 감정이 들기 마련인데 재밌게도 읽다 보면 나쁜 남자 스타일로 등장하는 여성 로라 딘의 행동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프레디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인기를 몰고 다니는 로라는 파티에서 늘 주위에 여성들로 넘쳐났고 로라만 바라보는 프레디는 그런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 오롯이 나만 소유하고 싶고 내가 그런 것처럼 로라도 나만 바라봐 주길 바라지만 프레디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색다름을 추구하고 상대방이 내 감정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매력을 통해 상대방을 통제할 수 있다 믿는 로라의 이기적인 행동은 프레디를 더욱 힘들게만 만드는데....
자신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로라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프레디, 그런 프레디를 지켜보는 두들과 에릭 커플은 프레디가 어서 로라에게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결국 잘못된 사랑을 끊어내는 것은 프레디의 몫이었으니 프레디가 자신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진정한 이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살아오며 한 번쯤은 죽을 만큼 사랑했고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을 만큼 옴팡진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성 간의 사랑이란 주제라 다소 민감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동성 간의 사랑이든 이성 간의 사랑이든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 인간은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기에 로라에게 끌려다니는 프레디가 가엾고 답답하게 다가왔지만 다시 자신을 되찾아 웃을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