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통해 본 인간의 비틀어진 본성을 다룬 <문제적 고전 살롱 가족 기담>
얼핏 제목만 보면 무더위를 식혀줄 기담처럼 다가오지만 훑어보면 고전 동화나 문학을 통해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과 이기심을 파헤쳐 나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기존에 보았던 기담집과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선 등장하는 고전 문학이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 열녀함양박씨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춘향전, 구운몽, 옥루몽, 홍계월전,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련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 최고운전으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다룬 설화나 문학 뿐 아니라 외국 동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어 낯설지 않지만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만을 탓하며 지나쳤던 문학들은 작가에 의해 등장인물들의 뼛속까지 파헤쳐 져 이렇게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남성에 의해 늘 그늘로 밀려났었던 여성의 삶, 괜한 트집을 잡는 시부모님 등쌀과 전쟁통에 청나라로 끌려가 모진 고초 속에 겨우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환향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그저 이것이 벗어날 수 없는 여자의 굴레인 양 가슴속에 한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여성들의 삶은 문학 속에서도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였으니까...라며 미처 보지 못한 세세한 것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비틀어 불편하지만 뒤틀린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낸다.
쥐 변신 설화를 통해 불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며느리의 이야기는 남편의 부주의가 불러온 쥐의 변신으로 모두 아는 내용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린이용 버전이 아닌 쥐와 사통하여 임신까지 한 며느리를 몰아가는 시어른들의 공범자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사실 도입부부터 천년 묵은 쥐가 남편 행세를 하는데도 이를 몰랐던 며느리에게 '쥐뿔도 몰랐냐?'란 물음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뜻이 담겨 있는 말이라 꽤 당황스럽고도 충격이었는데 이후로 이어지는 고전 문학의 내용들이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그저 알음알음 알았던 문학적 잣대의 틀을 깨부수는 해석에 책을 덮을 때까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본성이 드러난 폭력 앞에서도 그것을 당연시 여겼던 문학적 이해가 얼마나 안이했던 생각이었는지, 그저 '기담'이란 단어에 호기심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을 통해 여성으로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기초부터 뒤흔들릴 수도 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