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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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하우스 / 인간의 척도 / 마르코 말발디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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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실존했던 인물과 후세에 남겨진 역사적 사건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 살을 붙인 소설을 좋아한다.

얼핏 보면 철학 책인가 싶은 제목과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이란 문장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를 쓴 소설인가 싶어 지나치려는 찰나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살인사건을 쫓는 이야기라는 설정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연상되면서 무한 궁금증이 고개를 쳐들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댄 브라운의 소설에 대해 쓰레기 같은 상업 소설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보았지만 역사적 바탕에 가공할 상상력을 불어넣어 재탄생한 소설을, 작가의 역량을 사랑하기에 <인간의 척도>도 엄청난 상상력을 자랑할 소설이 아닐까 싶어 더 기대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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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아초 마리아'가 암살되고 그의 아들인 '지안 갈레아초 마리아 스로프차'는 삼촌인 '루도비코'의 정당한 방법에 밀려나 비제바노 성에 감금당해 있다. 바리 공작이자 조카를 밀어내고 밀라노의 군주가 된 '루도바코 일 모로'는 190센티미터라는 장신에 마키아벨리적인 냉소로 가득 찬 군주의 표본으로 엄청난 세금을 받아들이면서도 성직자들 앞에선 가식과 위선을 떨 줄 알며 한편으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줄도 아는 인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군주가 그랬듯 여인네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남성으로 등장하는데 다빈치는 그런 그의 부성을 자극하며 아버지를 기리는 의미로 청동 말 동상으로 세우겠다고 장담해 루도바코 일 모로의 곁의 궁정에 머물며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다빈치가 약속한 아버지의 청동 말 동상은 몇 년이 흐르도록 완성되지 못했고 급기야 루도바코 일 모로는 다빈치를 불러 무언의 압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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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젊은 남자가 궁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의 죽음을 밝히는 일을 다빈치가 맡게 된다. 그렇게 다빈치는 젊은 남자의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죽은 젊은이는 다빈치도 잘 알고 있는 자였기에 더욱 그의 죽음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이 자신의 제자였으며 청동 말 동상을 제작하기 위해 고심하던 방법을 나쁜 수법에 쓴 것이 걸려 내쳐지게 된 것을 마지막으로 보지 못했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 전까진 탁월한 실력을 갖춘 젊은이였기에 다빈치로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할 문제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젊은이가 죽기 전 루도바코를 만나려고 했었고 그랬던 그가 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은 군주의 지시가 있었기에 다빈치는 더욱 고민스럽게 사건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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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그림, 해부학, 악기 연주, 전쟁 무기를 만드는 일까지 다재다능한 다빈치의 활약은 발견된 단서로 인해 범인에게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것을 통해 얽힌 이해득실도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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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던 제목의 영향이었는지 많은 등장인물을 보고 천천히 읽어나가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상이 반영된 소설이라 그런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한 대사들이 꽤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뼈 있는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담아낸 대사들은 역시 고전미를 느끼기에 충분해서 댄 브라운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지만 근엄하고 천재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빈치의 이미지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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