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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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외모로 배우를 꿈꿨던 클로이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잃게 된다.

여행을 계획했지만 자신의 바쁜 일정으로 클로이를 내버려 뒀기에 그녀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남자친구 '줄리어스'와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의 사고에 괴로워하는 그녀의 아버지 '브론스타인' 교수.

다리를 잃은 아픔과 정신적인 고통까지 더해져 클로이는 절망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녀를 수술해 준 의료진들 덕분에 다시금 용기를 내어 세상에 문을 열기로 한다. 하지만 평소 멀미가 있어 차를 오래 타지 못해 지하철을 즐겼던 그녀에게 이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공포에 가까운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잃어버린 40센티미터로 인해 사람들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곤란함이 더해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9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길거리 풍경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

한편 인도 뭄바이 최고의 호텔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 때문에 늘 각을 세우는 삼촌들로 인해 인도보다는 뉴욕에서 자신의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사업 확장 투자를 받기로 결정하고 대학 친구인 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재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던 산지는 오래전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망친 고모에게 자신의 의탁을 부탁하게 되고 고모의 도움으로 미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되는데 당초 계획엔 없었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고모의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전도 유망했던 크리켓 선수였던 고모부가 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뉴욕의 부자 아파트에서 수동식 엘리베이터 승무원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이미 인도에 백여 명의 사원을 거느리고 있던 산지는 자신의 사업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고 이에 샘과 투자 받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공원에서 트럼펫 공연을 보다 옆에 있던 클로이와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 인연이 되었고 고모부인 디팍이 일하는 아파트의 주민이 클로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연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자의 충실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고모부인 디팍과 교대로 일하던 리베라가 계단을 내려오던 중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산지가 급하게 야간 근무자로 투입이 되고 며칠간의 불편함이 계기가 되어 주민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회계사는 엘리베이터 자동화를 추진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망이었던 크리켓 선수를 포기하면서 39년이나 애정을 품었던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떠나야 하는 디팍에게는 크리켓 선수 대신 품었던 꿈을 포기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돌봐왔던 주민들이 단 며칠간의 불편함과 오해로 디팍을 달리 대하는 것에 대해 느낀 인간적인 서운함이었는데 뉴욕의 부유한 아파트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인종차별적 선입견과 편견은 이 사건을 통해 여과 없이 비친다.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에서 유색인종이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도둑이나 부랑자, 강간범, 마약상인으로 내몰리는 시선은 편협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많은 사건사고의 수치를 보고도 그들로부터 내가 안전할 수 있겠냐며 여론몰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버리고 선을 그어버린 건 그들이 아니었기에 소설의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도망을 감행했던 디팍과 랄리, 장애인이란 편견을 버리고 클로이를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대했던 산지,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 소설의 예상을 엎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인종차별, 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들을 복합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로 다가왔던 <그녀, 클로이>,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식 재치 있는 대화도 꽤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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