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시아권에서 동네 책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주택 사이사이 동네 책방이 조용히 생겨나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주는 곳이 부쩍 많아졌다는 게 떠올랐다.
<시골책방입니다>는 열정적인 도시 생활을 접고 은퇴해 시골에 책방을 연 시골책방지기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땐 시골이라 해서 깊고 깊은 산속 오지 마을쯤 되나? 했는데 생각 외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의외로 차편이 불편해 교통 편을 이용해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에도 그런 번거로움을 헤치며 시골 책방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루 고단함을 달래듯 정겨움으로 다가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마저 든다.
TV 보는 소리에도 늘 한결같이 곁에서 책을 읽는 아내를 위해 함께 시골 책방을 방문한 가족, 아이를 낳고 뾰족해진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 책은 보지 않지만 부모님에게 특별한 시간이 되라며 북스테이를 예약한 딸,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미망인.... 각기 사연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른 이들이 시골책방에 찾아와 그들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슬퍼하고 기뻐하는 모습은 책이 가져온 놀라운 기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경쟁하며 시기하고 타인이 베푼 작은 선의조차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게 되는 도시인들의 고질적인 병증 앞에 시골 책방의 정겨운 모습은 너무 현실성 없이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하기에 더 가슴 묵직한 따뜻함이 전해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각자가 끌어안은 사연과 고민은 책을 앞에 두고 어떤 이에겐 인생에 대한 방향을 다시 잡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겐 위로와 다독임이 되어 다시금 기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책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떠들썩한 이야기도 있고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위한 고군분투기도 담겨 있다.
경치 좋은 곳에서 텃밭도 일구며 책방도 꾸리는 삶이 타인의 눈엔 부러움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부러움에 비친 녹록지 않은 면들을 여과 없이 담아내는가 하면 책방 지기가 담기 곤란할 책방 비매너 손님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연륜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동네 책방을 찾아다니며 나와 같은 책 취향을 가진 책방 지기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에 새삼 놀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시 한번 격하게 공감하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책방 지기가 책들을 향해 아낌없는 사랑을 온몸으로 내비쳤던 책들은 올해가 가기 전 시골 책방에 들러 꼭 구입해보고 싶다. 아마 그곳에 가게 된다면 책보다는 책방 지기님과의 인생 대화가 더 기대될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