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7
김서형 지음 / 살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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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김서형 지음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공황상태인 현재,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이번 코로나 19가 더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감염병의 뚜렷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과 백신이 없다는 것, 막힌 공간에서의 강력한 전파력 등으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래 이어진다는 데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 겪었던 전염병엔 이렇게까지 심각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어떤 양상으로든 몇 년 사이로 계속 출몰하는 감염병의 전파력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지 그로 인한 두려움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렇게 되풀이되고 있는 전염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그래서 더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던 약 1만 년 전 지구의 기온은 점차 올라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었고 호모사피엔스는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주해야 했다. 따뜻해진 기후 때문에 몸집이 큰 동물들은 점점 사라졌지만 따뜻해진 기후로 인해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은 손쉽게 구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이들은 먹이를 찾아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던 생활이 필요 없어졌다. 곡식을 재배하게 되면서 굳어진 정착 생활과 집단생활이 거대해지면서 이주할 때와는 다른 전염병의 위험에 놓인 호모사피엔스, 이렇게 시작된 전염병의 역사는 동서를 최초로 연결한 실크로드를 통해 상품과 함께 천연두가 전파되었고 이후 향신료 때문에 생긴 바닷길로 페스트가 전파되면서 인간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이나 지식, 상품들로 인해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되지만 그와 함께 전염병의 위험에 처하게도 된다. 그리고 인도에서 시작된 천연두나 페스트로 인해 죽은 인원은 전쟁 중에 죽은 군사나 민간인들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전염병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력하며 위험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 더해져 흑사병이 만연했던 당시 평소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유럽인들은 유대인으로 인해 흑사병이 발생했다는 소문을 내 유대인들에 대한 방화나 살인, 약탈을 자행했다는 점은 죽음 앞에 내몰린 상황에서 인간의 악의를 엿볼 수 있어 공포심이 배로 느껴졌다.

이후 후추를 찾기 위해 떠났던 콜럼버스가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에 도착하게 되면서 이미 정착해 살던 원주민들의 약탈과 식민지화는 유럽인이 대륙에 도착하면서 가져온 천연두로 인해 면역력이 전혀 없던 원주민들의 90%가 죽음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농사 인력이 부족했던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 오는, 철저히 비인간적이라 무기력하게만 느껴지는 행위는 전염병만큼이나 무자비하고 섬뜩하다.

이후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린 1918년 인플루엔자, 폭격이나 전투 상황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한 셀 쇼크가 베트남전이나 원자폭탄 투하 속에서 남긴 폐해는 전염병 못지않게 인간이 짊어져야 할 고행으로 남아 이전의 전염병과 현대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뭐든지 좋은 것만 있을 수 없고 좋은 것이 있다면 반대로 나쁜 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사실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좋은 점보다는 인종에 대한 흑역사란 표현이 맞다 싶을 정도로 성선설을 완벽하게 깨부수는 내용이라 인간은 악한 존재가 아닌가란 의심이 끊임없이 들게 됐던 것 같다. 어쨌든 전염병의 증상들은 조금씩 달랐어도 전염병 앞에 한없이 나약한 것이 인간이란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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