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듯 인천의 오래된 서점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오래된 중고서적이 켜켜이 쌓인 서점들이 골목을 따라 포진해있어 학창 시절 친구와 뚜벅뚜벅 걸으며 책 구경도 하던 곳이었기에 그때에 비해 서점도 많이 없어져 버리고 골목도 썰렁해졌지만 드라마의 여파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그런데 방문할 때마다 참 재미있었던 풍경은 책을 사는 사람보다 깔깔거리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 찍기에 바빴던 사람들이었는데 드라마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책방 주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진 않으리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최근 동네책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여파로 인기를 끌었던 서점도 어떻게 유지를 할까 싶어 걱정이 한가득인데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주택 사이사이 등장하는 동네책방을 보며 반가운 마음 한편으론 역시 유지가 잘 될까 싶은 괜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방 주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바라보는 책방의 시선은 나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대형 서점에선 볼 수 없는 동네책방 버전 표지 한정판이 나오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굿즈나 작가와의 만남 등의 이벤트로 대형 서점과 차별화를 두고 있어 사장님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데 최근 뒤늦게 동네책방을 알아가는 나로서는 대형 출판사와 대형서점이란 다소 삭막한 풍경과 달리 동네책방이 주는 아기자기함에 새로운 재미를 붙이고 있었기에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는 그런 궁금증에 부합한 필연적 만남이었을 것이다.

학과 수업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박용희 책방 주인은 해외 원서를 취급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교에 입점하는 서점에서, 책방 매니저, 잡지사 홍보팀장, 출판사의 직영 서점 관리자란 다양한 포지션으로 7년을 보내고 안식년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6개월 동안 북한 접경 지역, 티베트, 인도를 자전거를 타고 돌며 다양한 경험을 한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는 지인은 보증금 없는 40평 정도의 공간에서 뭔가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고 그렇게 '덕은동 용서점'이 탄생한다.

오랫동안 책과 관련된 일을 하였지만 자신이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자신이 했던 일들이 책방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어 순조롭게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게 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덕은동의 용서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책방을 접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병원에서 가까우며 세도 저렴한 역곡동에 새로운 '용서점'을 오픈하면서 재밌고도 이상한 역곡동 용서점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천의 역곡동, 1년 반 동안 출퇴근하는 길목에 오래되고 노후한 건물들이 즐비한 동네 이름이 역곡동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용서점이 역곡동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괜한 반가움이 들었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인데도 이런 반가움이 드는데 그곳에 사시는 분들에게 작은 동네 서점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질 것 같다.

책방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책은 어디서 떼오고 운영은 어떻게 할까?, 이윤이 남긴 할까?, 책방을 열면서 개인적인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대하기 곤란한 손님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등등 금전적인 문제와 책방을 하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궁금증들이 책을 읽기 전 앞섰던 생각들이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용서점에 출몰하는 단골들의 다양한 일화들이 재밌어서 퇴근 후 도란도란 모여 앉아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심야식당'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오다가다 빵 한 조각 떼어주고 가던 길을 재촉해서 가는 손님, 자유분방함이 활력소가 되는 어린 손님, 더 이상 걷지 못할 것을 대비해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찾는 할아버지, 시 낭송을 멋들어지게 하시는 고운 할머니, 11시에만 나타나 매대 책을 구매하는 손님, 그리고 필사나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모두 제각기 다른 인생이지만 책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평소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가지 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용서점의 용모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을 통한 인생 모임이라면 즐겁게 참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이어져 결국엔 사람으로 남는 용서점의 이야기는 어쨌거나 남는 것은 사람이란 불변의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가슴 한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