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권력이란 단어에 늘 읽다 말고 '뭐래?'하며 책을 덮기 일쑤인 경제학 책을 또 집어 들었다.
들어가는 말머리에 우석훈 박사가 쓴 '맙소사. 내가 또 속는다, 또 속아!'에 폭소하며 나도 모르게 가졌던 부담감을 덜어내고 본문으로 들어가다 또 한 번 그럼 그렇지, 맙소사! 했다.
이 책은 다양한 경제학자와 수학자들이 등장하며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으로 냉소와 잘난 척을 마구 뽐내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이 그토록 자신만만해 마지않았던 이론 등을 만날 수 있다. 때론 수소폭탄에 박차를 가했던 냉전시대에서, 때론 거대한 양극화 시대를 양산한 괴물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다양한 이론은 '이런 걸 경제학의 논리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싶을 만큼 아리송하게 다가오지만 그런 나의 이해력에 상관없이 저자는 그들의 이론이 어떻게 현실에 적목 되었고 이후에 상충되는 이론은 또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평소 나는 어느 경제학자가 믿어 의심치 않는 음모론에 꽤 공감하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에서 음모론은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에 맞춰 등장한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인간성마저 상실해가는 모습은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뛰어난 두뇌의 향연 속에서 탄생한 이론이 얼마나 인간성을 타락시키고 상실시키는지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뤄냈고 노벨상까지 거머쥐었던 그들이었지만 자기 자신에게, 라이벌 선상에 있었거나 같은 학파 간에도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버릴 수 없었던 그들의 그 이론들은 그렇게 대단해 마지않다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게 칭송하면서도 그에 반해 나타날 폐해엔 왜 그토록 수동적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학파 간 존재하는 반대 파벌에 대해 의견을 펴내는 모습은 많이 봐왔지만 이 책처럼 다양하게 경제학자들을 까대기 하는 내용은 일반인이 보기엔 좀 어렵고 복잡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지나치면 그들의 이론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운 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