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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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출판사 / 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 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에게 피살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된다. 이에 전두환을 주축으로 신군부세력의 군사 반란이 시작되었고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은 전국으로 확대된다.

5.18 민주화운동은 5월 18일부터 열흘 동안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죽음을 무릅쓰고 비상계엄 철폐와 유신세력 타도를 부르짖으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항쟁이었다. 당시 광주시민들의 이런 민주주의 항쟁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들의 소행이라며 언론을 통해 전파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왜곡되고 묻힌 그날의 진실을 외면하며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5.18 푸른 눈의 증인>은 1980년 당시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나주의 한센병 환자 정착촌인 호혜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던 '폴 고트라이트'의 회고록이다. 당시 군인들에게 이유도 모른 채 구타 당하고 총에 맞아 죽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과 폴 고트라이트 본인의 목격담은 폭력적이고 피페한 현장에서 자신의 손을 잡으며 꼭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할머니의 바람을 40년 만에야 꼭꼭 눌러 담은 회고록이라 그 자신에게도 감회가 새로울 테지만 무엇보다 외국인의 눈에 비췄던 그날의 진실을 꼭 알고 싶은 나의 바람도 있었기에 어쩌면 후손으로써 당연히 알아야 할 의무감도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폴이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열렸던 평화봉사단 건강 교육을 끝내고 호혜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한 5월 14일부터 5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평화봉사단이란 직책과 호혜원의 나병 환자들을 돌보며 눈병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나주 보건소로 이동시키는 그의 업무상 나주와 남평, 광주의 이동은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그 길에서 목격한 광주민주화운동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실탄이 들어있는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과의 대면은 그 자체로도 섬뜩할 수밖에 없는 장면인데 한국인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통역이 안되는 부분에서 자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우리와는 다른 외국인이란 사실을 느낄 수 없다. 자신과 함께 평화봉사단 소속인 친구들과 함께 시민을 도우려는 모습은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아무런 의미조차 찾을 수 없는 이런 희생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희생자를 내고 남은 사람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만든 이날의 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주도했던 사람들은 처벌도 없고 국민들은 관심이 없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 폴은 그저 놀랍다고 했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기에 못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그의 말에 한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더랬다.

얼마 전 뉴스에서 5.18 40주년을 맞아 전두환과 그의 가족들의 근황에 뉴스를 보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것이 올라와 분노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아마 이 책을 쓴 폴은 그날의 역사가 왜곡되고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이 그저 헛되기만 한 역사로 잊혀버릴까 봐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과 여러 번 대치하며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두려움을 느꼈을 테고 군인들의 총에 맞아 무자비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의 잔상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힐 리 없을 텐데 역사의 현장을 목격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며 이렇게 회고록을 남긴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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