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란 소릴 많이 들으며 자랐다.
그럼에도 학창 시절 통지표에 간간이 쓰인 '활발함'이란 단어를 접할 때면 내가 아주 몹쓸 인간은 아니며 갱생 가능 여지가 있다는 소리 같아 나쁘지 않은 기분을 느끼곤 했던 것 같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그런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주변으로부터 얼마나 내성적인 아이가 쓸모없으며 그 자체로도 부정당해 마땅하다는 분위기였는지, 그 속에서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내성적인 성격을 탈피해 외향적으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좌절해야만 했었는지, 이 책을 젊은 시절에 만났다면 조금은 덜 힘들어하고 나 자신을 더 많이 다독여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성이 좋고 활발하여 주변에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 자체로도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여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오타쿠나 히키코모리, 스스로 고립되길 바라며 음침하기까지 한 성격이라고 쉽게 떠올리고는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그릇된 선입견이고 오해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외향적인 사람이 첫 만남에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건 당연할 수 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고민하느라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내향인보다는 별 의미는 없더라도 웃으며 다가오는 외향인에게 마음이 더 가는 건 인지상정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고난 기질이며 쉽게 바뀌지도 않을 기질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괴롭히기보다 내향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인지하고 부족한 단점을 보완한다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사회풍토 속에서 괴로워할 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저자는 내향인임에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엔 크게 떨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나 또한 내향인임에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별 어려움 없이 말을 걸곤 한다.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이런 점은 좀 다르네?' 했었는데 최근 MBTI 검사를 하면서 다양한 성격 분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검사를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아 마음 맞는 극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오랫동안 교류를 하며 지낸다.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먼저 나서는 일이 없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3년 차에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냐고 물었을 땐 나름 충격을 받긴 했지만 두드러지지 않는 내 존재와 달리 나는 예민하고 민감한 기질이라 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이름이나 행동거지를 눈여겨 보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들으면 스토커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 사람의 눈빛과 공기의 흐름만 봐도 오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금방 캐치해 내곤 한다.
이런 나의 성격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몇십 년 동안 나 자신을 들들 볶으면서 이제서야 다름을 인정하고 너무나 극명하게 갈리는 단점 때문에 늘 자괴감에 빠지게 했던 고민에 대한 해결방안도 담겨 있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외향인과 내향인,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외향인이라 사교성이 좋다거나 내향인이라 내성적이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이 책은 정확히 구분해 주며 그동안 얼마나 외향인을 찬양하는 사회 속에 내향인으로서 벅차고 괴로운 삶을 살아야 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관점도 담겨 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느리고 신중하여 답답하게 보이기까지 한 내향인의 이런 점들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과 외부로부터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외롭거나 고독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은 자신만의 고립을 가져올 수 있으니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와는 달리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쳐 주변으로부터 인싸인 사람과 비교하며 자괴감과 자기반성, 자기혐오에 빠져있다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이 책을 집어 들 것을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