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스미디어 / 살인의 쌍곡선 / 니시무라 교타로 장편소설

1930년생이란 작가의 탄생 연대만 봐도 뜨헉한 기분이 드는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점>

작가의 탄생 연대를 보여주듯 이 작품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일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그런데 살인사건을 다룬 주제와 쌍둥이란 설정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은 설정에도 기담이라고 생각될 만큼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며 최근 만난 작가들의 이야기도 아니라 어쩌면 더욱 궁금증이 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44년 8월 일본의 어딘가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탄생한다. 그것도 너무 똑닮아 부모조차 알아보기 힘든 쌍둥이들이었으니 그렇게 자란 쌍둥이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둘 중 하나가 없어지더라도 죽은 사람이 죄를 뒤집어 쓰기로 하면서까지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새해를 앞둔 연말, '야노 히로키치'는 슬슬 주점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연말이라 꽤 흡족한 하루 매상을 보고 있던 그때 갈색 코트에 흰 장갑을 낀 괴한이 총을 들이밀며 돈을 요구한다. 이 날을 기점으로 주변 가게들이 속속 같은 인상착의의 범인에게 강도를 맞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경찰은 수사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도둑맞은 가게 한 곳의 사장에게 발견되어 잡힌 범인, 도둑맞은 다른 가게의 주인도 모두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목한 가운데 다른 한 곳에서도 범인을 잡았다는 신고가 들어오게 되고 그렇게 범인으로 지목된 두 명은 놀랍게도 같은 얼굴에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게 인연이 되어 결혼을 앞둔 교코와 모리구치 커플, 연말이라 한껏 기분을 내고 싶지만 결혼을 앞둔 터라 절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침 교코와 모리구치에게 도호쿠에 위치한 호텔로부터 숙박과 여행경비를 대주는 여행 제안을 받게 된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K 역에 도착한 교코와 모리구치는 자신들 외에 초대된 아야코와 이가라시, 다지마, 야베를 만나게 되고 호텔 주인 하야카와로부터 초대된 손님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멋진 설경만큼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걸고 호텔 주인 하야카와와 내기가 걸리기도 하지만 도착 다음날 말도 없이 혼자만 있던 아베가 목을 매달아 죽음으로써 분위기는 어수선해진다. 그리고 자살로 여겼던 아베의 방에서 '이렇게 첫 번째 복수가 이뤄졌다'라는 카드가 발견되면서 하야카와는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전화기는 먹통에 설상차까지 고장 나 적막한 호텔에 모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살인의 쌍곡선>은 쌍둥이 범인 이야기와 깊은 산속 호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계속 이야기의 살을 더하며 흥미를 유발하는데 도대체 어떤 반전 이야기를 담고 있길래 초반부터 작가가 독자와의 공평함을 내세우며 쌍둥이 트릭을 미리 예고했던 것일까란 궁금증 때문에 중간에 소설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호텔로 향하는 설상차 안에서 초대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하야카와의 말에 모리구치는 어느 소설에서 이렇게 초대된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된다는 내용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자에게 던져진 쌍둥이란 단서와 깊은 산중에 초대된 연관성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왠지 어떤 사연으로 그 결말이 뻔하게 다가올 것 같지만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으로 인해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나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정확하게 맞추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비스무리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당초의 생각이 어처구니없게 깨지며 한방 먹은 기분이 드는 결말에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