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블랙홀 청소년 문고 14
은모든 외 지음 / 블랙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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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 앙상블 / 은모든 정명섭 정은 탁경은 하유지

<앙상블>은 탁경은, 하유지, 정명섭, 은모든, 정은 작가의 글을 엮은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 사설하면 왠지 모를 순수함과 풋풋함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막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런 풋내 나는 이야기보단 낭만 따위 느낄 새도 없이 공부에 치이는 아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은 안타깝게만 다가온다.

탁경은 작가의 <러블리 오혁>은 빠지지 않는 외모와 성적, 거기에 다정다감한 성격까지 겸비해 학교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심오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인 박세린은 잘생겼지만 거리감이 있는 아이돌보다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는 심오혁을 대상으로 팬클럽을 결성한다. 오혁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하지만 세린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오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움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오혁과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던 혜미는 오혁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긴다. 하지만 세린은 오혁이 그럴 리 없다면서도 가슴 한편엔 찝찝한 마음이 드는데....

그러던 어느 날 독거노인 봉사로 연탄 배달을 하게 된 세린은 오혁이 폐가에서 다른 반 진우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지금까지 학교 아이들에게 보였던 오혁의 상반되는 모습에 놀라게 되는데.....

하유지 작가의 <진짜든 가짜든>은 핸드폰 중독인 민서와 엄마,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핸드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민서에 대한 엄마의 불만을 시작으로 급기야 엄마는 민서에게 서로 밤 10시 이후엔 핸드폰을 하지 않기로 하고 아빠에게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을 들어 실천에 들어간다. 하지만 민서와 엄마는 결국 핸드폰 유혹을 이기지 못했고 아빠 또한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으니 약속을 어긴 벌칙으로 엄마는 민서의 딸이 되기로 하면서 맞벌이하는 엄마의 고충, 가족의 사랑을 조금씩 느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핸드폰을 대상으로 엄마와 딸이 벌이는 신경전이 너무 리얼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직장 맘인 민서의 엄마가 까부장의 인격 모욕적인 발언이나 성차별에 관한 발언을 밥벌이 때문에 참고 견디는 이야기 또한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평소 좀비 이야기나 역사소설을 많이 쓰시는 분이라 청소년 소설은 어떤 이야기로 풀어낼까 궁금했던 정명섭 작가의 <벙커의 아이>는 전쟁이나 재난 등의 이유로 지구 멸망을 준비하는 남성욱이란 아이의 이야기이다. 성욱이는 지구가 머지않아 멸망할 거라 굳게 믿고 있다. 번번이 사업을 말아먹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술만 마시는 아버지와 다단계에 빠져 있던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현실은 성욱을 더 그런 생각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학교에까지 벙커의 아이로 소문이 나 성욱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냉담하면서도 호기심이 어려있는데 그러던 중 두 달 전에 전학 온 진한이가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성욱에게 자기도 '프레퍼 족'에 관심이 있다며 성욱에게 말을 걸면서 성욱이에겐 조금은 마음을 열 만한 친구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조금은 못 미더웠던 마음의 벽을 허물며 다가온 진한이는 성욱에게 벙커의 존재에 대해 묻게 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벙커의 위치를 알려주고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 성욱은 진한의 속셈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부모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자기만의 보금자리라고 여겼던 벙커로 도망쳤던 성욱이는 아버지가 알려준 벙커로 인해 다가온 재난에 대비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의 생사는 알지 못한 채 이야기는 끝맺는다.

은모든 작가의 <201호의 적>은 웹툰 작가에 대한 진로를 고민하던 윤정이 웹툰 작가 가믈란 작가를 인터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인터뷰하는 윤정과 수민이의 이야기와 웹툰 속 한 명의 남자를 둔 두 여자의 경쟁 구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초반엔 작가에 대한 고민과 관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진로 선택에 대한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았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가믈란 작가의 '201호의 적'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TV에서, 심지어 책에서도 너무 많이 접했던 내용이었고 아주 오래전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기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다.

정은 작가의 <급식왕>은 맛없는 학교 급식에 대한 재단의 비리를 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랫동안 키웠던 고양이가 죽은 후로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된 주인공과 그럼에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인섭이는 영양가도 없고 맛도 없는 급식 개선을 학교 회장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며 재료나 업체 선정 등으로 준비할 것이 많아진다. 그리고 현재 이사장 아들이 꾸리는 급식에 대한 비리를 알게 되면서 이것을 자신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들이 바로잡는 문제는 재단을 상대로 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어른들의 강압에 의해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너무 일찍 현실을 알아버려 희망까지 다치게 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은 생각지도 않은 긴장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지혜를 발휘해 잘 해결해나간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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