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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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나무사이 /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 오치 도시유키 지음

'모든 시작은 후추로부터'인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으잉? 이번엔 물고기닷!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는 '모든 것은 청어와 대구로부터' 버전인데 이 책을 쓴 '오치 도시유키' 교수님은 해양연구가나 역사가가 아닌 영문학 전공을 했다는 사실은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꽤나 재미있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에는 청어와 대구가 등장한다.

대구는 어렵지 않게 봐왔던 생선이지만 청어는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하지 못해서 그런지 나에게는 낯선 생선이란 인식이 있는데 그런 청어를 고전문학에서는 어렵지 않게 마주칠 때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가 영문학 전공이란 사실을 말해주듯 셰익스피어의 고전에서 청어나 대구가 풍자되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청어 자체가 생소한 느낌이 있었기에 좋은 뉘앙스의 생선은 아니라고 느꼈는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셰익스피어가 왜 청어와 대구를 불온한 뉘앙스로 묘사했는지도 설명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청어는 워낙 기름기가 많아 볕에 말리기만 해서는 안되는 물고기라 소금에 절이는 방법으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는데 헤게모니를 이룬 네덜란드는 잉글랜드에 비해 배나 조업 기구 등이 발달했고 거기에 더해 소금에 절이는 방법에서 잉글랜드보다 백여 년이나 앞섰기에 똑같이 청어를 잡아도 염장법 때문에 잉글랜드는 네덜란드인들의 청어보다 절반의 가격밖에 받을 수 없었다.

네덜란드가 청어로 인해 엄청난 부를 쌓아올리는 동안 잉글랜드는 네덜란드가 자신들의 영해에 들어와 그 어떤 세금도 내지 않고 청어 조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동안 같은 종교 선상에 있었기에 강경한 입장을 펼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제임스 1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그동안 분쟁이 되었던 어업권을 조정해보려 했으나 상황만 더 안 좋아지게 된다. 그렇게 해상을 누비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던 네덜란드는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해양강국의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 타국의 영해에서 막대한 청어 조업을 하며 잉글랜드나 프랑스의 미움을 받았던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이동 경로를 바꾸기도 하는 청어로 인해 바이킹의 잉글랜드 습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청어와 관련된 기록과 비교해보면 겹치는 부분들이 생겨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내용은 후에 네덜란드가 청어 조업을 따라가던 이동경로와도 맞아떨어지는데 육류보다 생선을 더 많이 먹었던 당시의 식습관을 보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이후 등장하는 스톡 피시라 불리는 대구는 소금에 절여 일 년간 저장할 수 있었던 청어에 비해 긴 저장 기간을 자랑하고 있어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를 맞아 오랫동안 바다를 누비며 신항로 개척에 나섰던 이들에게 요긴했던 음식으로 각광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대항해 시대에 '뉴잉글랜드'를 발견했던 존 스미스에 대한 이야기는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포카혼타스와도 연결되어 사실인지 거짓인지 다는 믿을 수 없지만 그런 시대적 배경 자체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청어와 대구 때문에 발생한 국가들 간의 알력 다툼, 청어와 대구를 따라간 대항해 시대로 인해 기존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자리를 바꾸며 없어져 버렸는지, 신조차도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물고기를 통해 투영된 인간의 욕망은 가히 끝이 없음을 과거에도, 현재에도 역사는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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