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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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 /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오수완 장편소설

작은 버스에서 시작해 전국에서 가장 큰 운송회사로 키운 '클라우스 반디멘'은 은퇴할 때 거액을 기부해 재단을 세웠다. 지역 문화의 보존과 교육 기회의 균등이란 설립 목적을 들어 전국에 156개의 도서관을 지었고 이는 재단이 토지를 매입해 도서관을 지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정부에서 매입하는 방식이었지만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은 시의회가 도서관 인수를 포기하면서 공식적으로 문을 닫게 된다.

전국의 156개의 반디멘 도서관 중 153번째로 지어진 '호펜타운 반디멘 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고 순번이 밀려 지어진 까닭에 지역 고유의 특징을 가진 서가들을 가진 타 도서관들과는 달리 이렇다 할 특징적인 도서가 없어 결국엔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는 책들'이란 분류로 나뉘어 운영되었다.

사서 1명에 관리인 2명이라는 인원으로 꾸리는 도서관의 살림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신간들을 도서관에 들일 여유가 없었던 도서관은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에게 기증의 형식을 빌려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운영에도 불구하고 호펜타운 도서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도서관 설립 이래 31년간 사서 역할을 하고 은퇴한 BP의 뒤를 이은 '에드워드 머레이'가 기증받은 책들을 다시 기증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설립 당시부터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했기에 신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도서관은 기증의 형식을 빌려 사가본이나 희귀본 등을 기증받는 일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19세기에 활동하던 작가가 '아메리카-악령의 땅'이란 주제로 미신적인 존재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 광신도들의 처참한 광경 속에서 발견되어 한때 사람들 관심이 쏠렸던 이야기와 핫도그와 여성의 은밀한 부위의 사진으로 외설스럽기 짝이 없어 보이는 사진집이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외설스러움보다는 당시 벌어지던 베트남전을 비롯한 아메리카의 패권주의를 조롱한 사진집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유일한 나의 책임을 나타내는 장서표를 주제로 다룬 책, 전국 도서관들을 다니며 도서관의 장, 단점 등을 다룬 책, 후추 같은 양념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을 어필하는 책, 제본도 되지 않은 낱장에 어떤 글씨도 없으며 순번도 없어 뒤섞여도 절대 알 수 없고 그림을 통해 전하려는 내용도 전혀 알 수 없기만 한 책, 반달 모양에 표지는 테이핑 되어 있지만 안의 내용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이며 붓이나 볼펜, 연필로도 쓸 수 없을 만큼 얇은 종이 재질을 한 책, 불운한 한 남성의 삶과 기타에 얽힌 내용 등 도서관을 떠나보내야 하는 수많은 책들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하고 결국엔 출간되지 못한 자신의 책을 도서관에 기증해야 했던 사람들, 일터이자 도서관 안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머레이의 일상과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합쳐져 소설은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한국작가님이 썼는데도 외국 작가가 쓴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어딘지 모를 외국의 지형과 그들의 문화, 삶이 잘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지식이 기증자의 책을 빌려 빛을 발하고 있기에 특이하고도 흥미로운데 평소 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독자라면 공감할 만한 요소들도 눈에 띄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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