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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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서재 /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 / 스티나 약손 지음

한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인 실버로드 구석구석을 뒤지며 렐레는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한밤중이지만 환하게 빛나 커튼을 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 누군가는 잠들었거나 누군가는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밤, 렐레는 매일 밤 실버로드를 달리며 아무도 살지 않고 방치된 폐가, 숲속, 호수를 뒤지며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리나는 가을 학기 전까지 할 아르바이트를 위해 렐레와 함께 집을 나섰고 따뜻한 6월의 햇살을 받으며 버스정류장에서 렐레와 헤어졌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의 인사는 부녀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리나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대대적인 수색작업에도 어떠한 실마리도 잡지 못한 채 3년이 흘러버렸다.

리나는 렐레가 내려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지 않았다. 경찰은 리나가 누군가의 차를 탔거나 억지로 태워져 실버로드를 지나갔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그날 그 도로를 지나간 차들을 조사해도 리나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리나의 실종으로 그녀의 부모인 렐레와 아네타는 이혼했으며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렐레는 학교에 낼 수 있을 만큼의 휴가를 내고 실버로드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실버로드를 관통하는 지도에 수많은 빗금이 쳐졌지만 딸이 살아있다는 작은 희망만으로 혼자 수색하기에 렐레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점점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한편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던 메야는 엄마가 인터넷에서 만나 자신과 메야를 거둬줄 남자라며 토르비요른이 사는 글리메르스트레스크라는 외진 곳까지 오게 된다. 그리고 토르비요른이 소개한 것과 너무도 다른 더럽고 낡은 집에 메야는 실망하지만 엄마는 지금까지 살았던 그 어떤 곳보다 좋은 곳이라며 메야를 다독인다.

한밤중에도 어둠이 내려앉지 않는 백야, 귓가에 윙윙거리는 모기떼, 눅눅하고 스산한 숲, 더럽고 낡은 집,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환경 속에서 메야는 집 근처 호수에서 칼 요한 형제를 만나게 되고 곧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른 번이 넘는 이사 속에서 마음을 나눌 친구조차 없었던 메야는 다정하게 대해주는 칼 요한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의 집에 초대된 날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시끌시끌한 아버지를 보며 제대로 된 가정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칼 요한에게 빠져들던 메야는 엄마와의 말다툼 끝에 집을 나와 칼 요한의 집에서 함께 살며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가족들을 따라 그들의 삶에 점점 녹아들기 시작한다.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실버로드를 미친 듯이 뒤지는 렐레와 알코올 중독인 엄마를 떠나지 못하고 보살펴야 하는 메야, 국가 음모론을 믿으며 전쟁에 대비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칼 요한의 가족들, 딸이 실종되고 남편은 반 미치광이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선 아네타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모습을 다각도로 비추고 있다.

소설은 딸의 실종으로 와해되버린 가족,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임 상태인 아이의 결핍, 부모가 가둬놓은 세상에서 그것이 온 세상이라고 믿는 아이들을 통해 단순히 아이가 실종되어 그것을 추적해가는 스릴러적 요소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사라져버린 리나의 행방과 함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부모의 결핍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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